이용규는 26일까지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533타석을 소화했다. 단 한 번의 엔트리 말소 없이 1년 내내 1번 타자로 공격을 선봉에서 이끈다. 성적도 준수하다. 타율 0.296(446타수 132안타)을 기록, 2016년 이후 5년 만에 '규정타석 3할'을 노리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비롯한 대부분의 공격 지표가 전년 대비 향상됐다.
이용규는 지난해 11월 칼바람을 맞았다. 원소속팀 한화에서 방출돼 거취에 물음표가 찍혔다. 30대 중반의 적지 않은 나이,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행된 리그 기조를 고려해 은퇴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벼랑 끝에 서 있을 때 손을 내민 구단이 바로 키움이다. 연봉 1억원(2020년 연봉 4억원)에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계약 직후 "팀에서 바라는 것을 만족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팀이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서 힘을 보태겠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허투루 한 말은 아니었다. 이용규는 키움이 5강 희망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다. 김혜성, 이정후와 함께 키움이 자랑하는 '좌타 라인 3인방' 중 하나다. 특유의 선구안과 콘택트 능력을 앞세워 투수를 괴롭힌다. 타석당 투구수(NP/PA)가 4.23개로 리그에서 네 번째로 많다. 하지만 그는 "1년 내내 꾸준하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이어 "전반기 기복이 있었지만, 후반기에는 꾸준하게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닝 파트에서 잘 관리해준 덕분에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공을 돌렸다.
이용규는 통산 타율이 정확히 3할이다. 2015년에는 타율 0.341, 2016년엔 0.352를 기록한 교타자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이정후와 많은 비교가 된다. 그는 "이정후는 장타력을 갖춘 중장거리 타자로 나와 다른 유형이다. 이정후가 가장 뛰어난 점은 타석에서의 집중력과 정확성"이라며 "올해보다 내년, 내후년이 더 기대되는, 앞으로 KBO리그에서 누구도 남기지 못했던 기록을 써나갈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그의 가을 야구는 한화 소속이던 2018년이 마지막이다. 이용규는 "책임감을 느끼는 것보다 경기에 나가서 플레이로 보여주고자 한다"며 "팀원 모두 지금이 중요한 시기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에 맞춰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수들이 3년 연속 포트스시즌에 진출했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나 또한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잔여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승리를 쌓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