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일 열리는 '2021 롤드컵' 결승전에 오른 한국의 LCK 소속 팀 담원 선수들. LCK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e스포츠 대회인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을 휩쓸었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리그인 LCK의 4개 팀이 출전해 4강까지 3개 팀이 올랐으며 1개 팀이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e스포츠 종주국 한국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로 11회째인 최대 규모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인 ‘2021 롤드컵’이 오는 6일 결승전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날 LCK의담원 기아와 중국(LPL)의 에드워드 게이밍(EDG)이 우승컵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총 11개 지역 중 중국과 함께 가장 많은 4개 팀(담원·T1·젠지·한화생명e스포츠)이 출전해 본선 예선인 플레이-인 스테이지, 16강, 8강까지 모두 살아남았다. 8강에서는 한국 팀끼리 맞붙는 상황이 벌어져 한화생명e스포츠가 탈락하고 3개 팀이 4강에 진출했다. LCK가 4강 중에 세 자리를 차지한 것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4강에서도 한국 팀 간 대결로 ‘페이커’ 이상혁이 소속돼 있는 전통 강호 T1이 아쉽게 떨어졌다. 8강까지 한국 팀을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한국 팀뿐이었던 것이다.
초강세를 보인 한국 때문에 중국과 유럽, 북미는 힘을 못 썼다. 중국은 4개 팀 중 한 팀만 4강에 올라 겨우 결승 티켓을 확보했다. 유럽과 북미는 한국에 막혀 4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롤드컵에서 최강국 한국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은 또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 역대 대회 중 가장 많았다. LCK 소속 팀 선수를 포함해 세계 각 지역에서 용병으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까지 포함하면 무려 41명이나 됐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거쳐 16강에서는 32명의 한국 선수가 살아남았고, 8강에는 22명, 4강에는 17명이 생존했다. 결승전에 진출한 EDG에도 '스카웃' 이예찬과 '바이퍼' 박도현 2명이 한국인으로 용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2021 롤드컵' 녹아웃 스테이지 진행 결과. LCK 한국의 초강세 요인으로는 올해부터 도입된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꼽힌다. 이 시스템은 기존 승강전을 폐지하고 참가비를 낸 10개 팀이 정규 리그를 펼치는 것이다.
올해 LCK 정규 리그의 경쟁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스프링에서는 6위 자리를 놓고 정규 리그 막바지까지 치열하게 순위 싸움이 벌어졌고 서머에서는 마지막 날 1위가 결정될 정도로 물고 물리는 혼전을 거듭했다.
프랜차이즈 도입으로 선수와 코치진의 처우 개선이 진행되면서 인재의 해외 유출이 최소화된 것도 한국이 이번 롤드컵에서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LCK는 1군에 속한 선수의 최저 연봉을 6000만원으로, 코치진은 4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런 시스템 정비로 LCK는 선수들의 리그 잔류율을 끌어 올렸다.
유망주에 대한 투자도 이뤄졌다. 프랜차이즈 도입으로 인해 뛸 팀이 사라진 선수들과 '롤 더 넥스트'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예들을 영입하는 팀들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해 금전적인 부담을 덜어줬다. 이번 롤드컵에서 두각을 나타낸 T1 문현준과 젠지노태윤은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으로 발굴된 선수들이다.
프랜차이즈 도입은 팀들을 자극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LCK에서 활동하고 있는 팀 가운데 한화생명e스포츠와 KT 롤스터는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고 있고 T1과 젠지 등은 대기업 못지않은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팀은 자본금이 크지 않다. 중소 규모 자본으로 운영되는 주체가 존재하고 네이밍 후원 등의 스폰서십을 유치해서 팀을 꾸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음 해에 탄탄한 후원사를 유치하기 위해서 매년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LCK 팀 입장에서는 한 시즌도 허투루 보낼 수 없기 때문에 내부 경쟁이 고도화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팀들의 국제 경쟁력이 상승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한 첫해자, 팀이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표를 확고히 다진 첫 시즌에 롤드컵에 출전했기 때문에 선수들과 팀 모두 확실한 목적의식을 갖고 대회에 임하고 있다”며 “이런 점을 LCK 팀들의 호성적 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