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마지막 우승을 함께 했던 박세혁은 어느덧 5년 연속 가을야구 출장 중이다. 올 시즌에도 노련한 공수 활약으로 가을야구에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박세혁은 지난 1일과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타율 0.571로 활약했다. 인상적인 장타나 승부를 결정짓는 결승타는 아니었지만, 하위 타선의 뇌관으로 타선 폭발에 힘을 보탰다.
특히 2차전 활약이 컸다. 박세혁은 2차전에서 8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1도루로 두산 타선의 20안타 16득점에 힘을 보탰다. 이날 두산은 1번 타자 정수빈, 2번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3안타를 치며 분전했지만, 3번 타자 박건우는 6타수 1안타에 그치며 흐름을 잇지 못했다. 테이블세터부터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했고, 대신 치고 나갈 하위 타선이 필요했는데 박세혁이 그 역할을 해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박건우가 부진에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세 번째 테이블세터로 박세혁의 활약이 필요하다.
한편 수비에서도 존재감이 드러났다. 이용규-김혜성-이정후로 이어지는 빠른 키움 상위 타선을 상대했지만, 두 경기 동안 두산이 허용한 도루는 단 한 개도 없었다. 1차전 때 올 시즌 도루 1위(46개) 김혜성이 4회 초 2루로 뛰었지만 실패했다. 박세혁이 던진 송구가 2루에서 자연스럽게 주자에 태그되면서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빠졌을 때 빈자리도 컸다. 두산은 1차전 7회 말 박세혁의 타석 때 대타 김인태로 교체됐다. 7회 초 수비 때 홍건희의 빠지는 공을 포구하다 고통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공백은 수비에서 드러났다. 두산은 8회 초 1사 만루 때 아쉬운 수비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했다. 주자보다 먼저 도착한 송구를 백업 포수 장승현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실점했다. 주전 포수 박세혁의 존재감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박세혁은 2016년부터 1군 백업으로, 2019년부터는 주전 포수로 자리 잡았다. 매년 가을야구 엔트리에 들면서 첫 출장인 2017년부터 올해까지 총 27경기에 출전했다. 2015년부터 주전 포수였던 LG의 유강남(15경기)은 물론 현역 최고의 베테랑 포수인 강민호(24경기)보다도 많다.
수비형 포수지만 통산 포스트시즌에서 타율 0.286, OPS 0.759로 타율 0.261, OPS 0.699를 기록했던 정규시즌보다 준수한 방망이를 보여줬다. 주전 포수로 처음 나선 2019년 한국시리즈에선 3차전 2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으로 데일리 MVP를 수상했고, 4차전에서도 5타수 2안타 1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시리즈 타율 0.417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당시 팀의 무패 우승에 힘을 보탰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상대 LG에 비해 투수력과 휴식일이 모두 부족하다. 열세인 시리즈를 승리하기 위해 마지막 우승 포수 박세혁의 노련함이 더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