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여덟살 준프로 선수가 FC서울을 위기에서 구했다. 서울 공격수 강성진(18)이 결정적인 순간 프로 데뷔 골을 터트렸다.
서울은 3일 열린 광주FC와 K리그1 35라운드 경기에서 후반 20분까지 0-3으로 뒤졌다. 그대로 최하위 광주에게 패한다면 강등 탈출이 어려워지는 상황. 상대 자책골과 팔로세비치의 골로 추격한 서울은 후반 34분 마침내 균형을 맞췄다.
동점골의 주인공은 강성진.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고요한의 패스를 받은 강성진은 드리블로 광주 수비진을 흔든 뒤 가까운 쪽 포스트 안쪽으로 차 넣었다. 광주 골키퍼 윤보상의 허를 찌른 정확한 슛이 골로 연결됐다. 11경기 만에 기록한 프로 첫 득점이었다.
강성진은 4일 전화 통화에서 "세 번 정도 영상을 다시 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공격수니까 공을 받을 때부터 도전적으로 슈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순간적으로 '꺾어차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떠올렸다.
강성진은 "뒤집기 힘든 스코어를 역전승으로 마무리해 좋다. 0-3이 된 순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형들이 '하나씩 해보자'고 했는데 정말 이뤄져서 좋다"고 했다. 형들이 "전반까지 팀도 저도 안 좋았다. 형들이 '전반 끝나고 안 빠진 게 다행'이라면서 축하해줬다"고 웃었다.
강성진은 서울 유스팀인 오산고 3학년이다. 차두리 감독이 이끄는 오산고는 전반기 유스리그 2위, 전국체전 금메달로 좋은 성적을 냈다. 차 감독은 3일 경기 뒤 소셜 미디어에 "우리 슈퍼 강성진 뽀시래기 수고했어, 사랑하고 고맙다. 우리 서울 살려줘서"고 기뻐했다.
강성진은 "평소에도 저희에게 표현을 많이 해주신다"고 했다. 그는 "처음 차 감독님이 올 때는 한국 축구, FA 서울에 레전드이신 분이 와서 놀라고 기대도 컸다. 좋은 훈련을 통해 오산고가 점점 좋아졌다"고 했다. 이어 "박스 근처에선 좀 더 자유롭게 하되 완벽한 플레이를 강조하셨다.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해주는 분"이라고 했다.
개인기와 득점력이 좋은 강성진은 서울의 미래로 꼽힌다. 지난 겨울 두 차례 팀 동계훈련에 참여했다. 서울은 강성진과 준프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3월 10일 성남전에 출전해 17년 11개월 12일의 나이로 1군에 데뷔했다. 축구선수로서 소중한 경험을 1년 사이에 쌓았다. 강성진은 "다 기억에 남고 소중하다. 처음 슈퍼매치에서 이겼을 때도 엄청 좋았고, 프로무대에서 뛴 것도 좋았다. 축구하면서 0-3으로 뒤집어서 이긴 경기도 처음이다. 기억이 많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수원은 올 시즌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들이 활약해 '매탄소년단'이란 명칭도 생겼다. 강성진은 "서울에도 유스에서 올라온 선수들이 많다. 저도 그렇고, 우리 모두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저희도 잘 하면 멋진 별명이 생기지 않을까"라고 했다.
전반기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던 강성진은 안익수 감독 부임 후 팀내 비중이 높아졌다. 강성진은 "안 감독님은 축구에 대한 열정이 엄청난 분이다. 그래서 선수들이 감독님이 원하는 부분을 잘 받아들이고, 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따라가게 만들어준다. 내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10위인 서울은 아직 강등권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게 아니다. 강성진의 남은 시즌 목표도 뚜렷하다. 그는 "위기일 때도 선수들은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이겨내려고 했다. 팀이 최대한 높은 위치로 갈 수 있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