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가 자동화 소터에 상품을 투입하는 모습. SSG닷컴 제공 유통 대기업들이 대형마트를 '물류센터화'하고 있다. 뛰어난 접근성이 강점이었던 오프라인 매장을 빠른 배송의 전진기지로 활용,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전국 110여 개 이마트 매장에 온라인 주문 물건을 처리하는 PP센터(피킹 & 패킹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PP센터에서는 '피커'(picker)로 불리는 직원이 매장에서 고객이 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주문한 물건을 찾아 장바구니에 담고 포장한다. 매장 규모에 따라 하루 배송 가능한 물량은 최소 200건에서 최대 3000건 수준이다. 실제 지난 9월 재단장(리뉴얼) 공사를 마친 이마트 이천점 PP센터의 경우 하루 최대 3000건의 SSG닷컴 주문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이천점 외에도 'E.OS'(이마트 온라인 스토어) 청계천점과 월계점, 가든파이브점, 신도림점에 하루 3000건 이상 온라인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PP센터를 두고 있다.
신세계는 올해 말까지 이마트 평택점과 만촌점 PP센터도 리뉴얼하는 등 내년 상반기까지 대형 PP센터를 30개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2025년까지 대형 PP센터를 전국에 70여 개 이상 확보해 현재 하루 14만건 수준인 SSG닷컴 온라인 장보기 배송 물량을 최대 36만건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스마트스토어인 중계점의 후방 자동화 설비. 롯데쇼핑 제공 롯데쇼핑은 지난해 4월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하며 롯데마트의 ‘오프라인 점포 물류기지화’ 작업을 시작한 바 있다.
현재 매장 천장에 레일을 설치해 주문이 들어온 제품들을 모아 올려 뒤편의 배송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스마트 스토어’와 매장 후방에 배송센터를 구축한 ‘세미다크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마트의 영업 면적 절반가량을 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MFC)로 전환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른바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 ‘다크 스토어’이다. 예컨대 지하 1~2층까지는 영업을 하고, 3~4층은 매장을 빼고 물류센터 기지로 바꾸는 방식이다. 수십 년간 ‘집객’이었던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을 물류로 과감하게 바꿔 배송의 효율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다소 부진한 평가를 받는 롯데온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 롯데쇼핑에 따르면 물류기지를 마련한 매장의 매출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4월 말 스마트 스토어를 구축하고 ‘주문 2시간 내 배송’을 도입한 롯데마트 중계점과 광교점은 온라인 주문 건수가 급증했다. 2시간 배송 시행 1년인 지난 5월 중계점의 하루 평균 온라인 주문 건수는 1126건으로 시행 전인 2019년(339건)보다 233% 증가했다. 광교점도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온라인 주문 건수가 785건으로 2019년(105건)의 7배를 넘었다.
이에 롯데는 앞으로도 물류기지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것보다는 기존 마트를 활용하는 게 비용 부담이 덜하고 효율성까지 가져갈 수 있다"라며 "온라인 쇼핑이 이제 자연스러운 소비 형태가 됐기 때문에 자연스레 점포 매출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 유통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은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에도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쿠팡이나 마켓컬리의 경우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데 최소 100억원에서 500억원까지 든다"며 "유통 대기업들이 성적이 부진한 점포를 물류센터로 사용해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하면 이커머스 업체에는 매우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