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가 플레이오프(PO) 진출 확률 100%를 잡았다. '1990년생 절친 트리오'가 승리를 이끌었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준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2위 LG 트윈스를 5-1로 꺾었다. 역대 3전 2승제로 치러진 총 17번의 준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PO 진출 확률은 100%다. 두산이 '업셋' 시리즈를 예고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만난 LG를 상대로 5연승을 거두기도 했다.
2009년 입단 동기이자 1990년생 트리오 정수빈·박건우·허경민이 두산의 승리를 이끌었다.
정수빈은 0-0으로 맞선 3회 초 1사 2루에서 나선 두 번째 타석에서 LG 선발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의 시속 148㎞ 포심 패스트볼을 공략, 깔끔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2루 주자 박계범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올 시즌 왼손 투수 상대로 타율 0.254에 그쳤고, 수아레즈는 한 번도 상대해보지 않은 생소한 투수였다. 하지만 집중력을 발휘했다.
박건우는 추가 득점을 이끌었다. 5회 초 2사 3루에서 나선 3번째 타석에서 LG 2번째 투수 정우영의 시속 151㎞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전 안타를 쳤다. 3루 주자 박세혁이 여유 있게 홈을 밟았다.
허경민은 쐐기 득점을 이끌었다. 두산은 2-0으로 앞선 7회 말 2사 1·3루 위기에서 구원 투수 홍건희가 LG 간판타자 김현수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2-1, 1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홍건희는 추가 실점을 막았지만, 살얼음판 리드로 경기 후반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나선 허경민이 8회 초 선두 타자 2루타를 치며 추가 득점 기회를 열었다. 두산은 강승호의 희생 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고, 대타 김인태의 내야 안타 때 LG 2루수 정주현의 송구 실책이 나오며 1점을 달아났다. 허경민이 LG 기세가 오른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일격을 가했다.
두산은 8회 추가 1득점 했고, 구원진 8·9회 리드를 지켜내며 1차전을 잡았다.
2020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정수빈과 허경민은 나란히 두산과 다년 계약하며 잔류했다. 허경민은 최대 7년·총액 85억원, 정수빈은 6년 총액 56억원에 계약했다.
하지만 2021시즌은 몸값을 해내지 못했다. 정수빈은 시즌 초반 내복사근 부상으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했고, 복귀 뒤에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만큼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허경민은 전반기까지는 타율 0.318를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후반기 출전한 56경기에서 타율 0.216에 그쳤다. 페넌트레이스 타율은 0.278. 최근 4시즌(2018~21) 중 가장 낮은 시즌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라이벌과 만난 준PO 1차전에서 중요한 순간에 존재감을 발휘했다. 원래 두 선수는 포스트시즌에서 강했다. 정수빈은 한국시리즈(KS)만 26경기 출전, 통산 타율 0.333를 기록한 선수다. 2015시즌 최우수선수로도 선정됐다. 허경민도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23개)을 세운 바 있다. 진가를 발휘했다.
반면 박건우는 가을만 되면 움츠러들었다.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46경기에서 타율 0.184에 그쳤다. 2020시즌 KS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지난 1~2일 와일드카드 결정 1~2차전에서도 10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준PO 첫 경기에서는 이름값을 해냈다. 경기 전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박건우는 우리 팀에서 콘택트 능력이 가장 좋은 타자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건우는 모든 득점이 소중했던 이 경기에서 이번 가을 활약을 예고하는 타점을 올리며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두산은 매년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팀을 떠나며 전력이 약해졌다. 하지만 팀을 지킨 1990년생 트리오가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이제 7시즌(2015~21) 연속 KS 진출에 도전한다. 어느덧 팀의 리더로 자리 잡은 세 선수가 두산의 뜨거운 가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