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 밸리·서원 코스(파72). 늦가을 정취가 느껴지는 코스에는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회 우승자뿐 아니라 한 시즌 타이틀이 좌우되는 만큼 샷 하나, 퍼트 하나마다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021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선 김비오(31)가 정상에 올랐다.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10개, 보기 1개로 하루에 9타를 줄인 그는 합계 23언더파로 김주형(19·17언더파)을 6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2019년 9월 대구경북오픈 이후 2년 2개월 만에 코리안투어에서 거둔 통산 6번째 우승이었다. 우승 상금은 2억 4000만원이었다.
오랜만에 트로피를 품에 안고도 김비오는 담담했다. 그는 2년 전 대구경북오픈 당시 손가락 욕설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최종 라운드 16번 홀에서 티샷하고서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 소리를 낸 갤러리를 향해 중지를 치켜들어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이후 이사회를 통해 자격정지 징계가 1년으로 경감, 지난해 투어에 복귀했다. 그는 올 시즌 최종전에서 비로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과거 우승할 때마다 눈물을 보이곤 했던 김비오는 챔피언 퍼트를 하면서도,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도 내내 담담했다. 그는 “2년 전 실수가 컸다. 앞으론 그런 실수를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프로골퍼에게 맞는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준우승한 김주형(19)이었다. 이 대회를 단독 2위로 마친 김주형은 한 시즌 가장 꾸준한 성적을 낸 선수가 받는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경쟁에서 극적으로 승리했다. 시즌 대상 포인트 합계 5540.56점을 얻은 김주형은 이 대회 공동 8위에 오른 박상현(38·11언더파·5535.02점)을 5.54점 차로 제치고, 제네시스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준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받은 김주형은 상금왕(7억 5493만원)과 평균타수상(69.16타)도 확정해 올 시즌 코리안투어 3관왕에 올랐다.
2002년 6월 21일생인 김주형은 만 19세 4개월의 나이에 코리안투어 대상과 상금왕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10대의 나이에 두 부문을 휩쓴 건 김주형이 처음이다. 올 시즌 코리안투어 14개 대회에 나섰던 김주형은 9차례나 톱10에 올랐을 만큼 꾸준했다. 지난 6월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하고,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비롯해 준우승을 3차례 차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주 무대를 아시안투어에서 코리안투어로 옮긴 김주형은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해 프로 신분 역대 최연소(만 18세 21일), KPGA 입회 후 최단 기간(3개월 17일) 우승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코리안투어에서 각종 최연소, 최초 기록을 세워 ‘기록 제조기’로서 명성을 높였다.
국내에서 활동하면서 탄탄대로를 걷는 듯했지만, 시련도 잠시 겪었다. 지난 9월 코리안투어 DGB금융그룹 어바인 오픈을 마친 뒤 김주형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 투어(2부) 퀄리파잉 시리즈 도전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끝난 퀄리파잉 시리즈 2차전에서 탈락했다. 퀄리파잉 시리즈 최종전 성적에 따라 내년 미국에서의 활약을 바라볼 수 있었던 그의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한 달 반 가량 코리안투어를 비웠어도 그는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았다. 김주형은 “(코리안투어로 돌아오면서) 처음 있던 자리를 찾아가겠다는 마음으로 나섰다. 대상과 상금왕을 모두 이뤄 기쁘다”고 말했다.
김주형은 이달 태국에서 열릴 두 차례 아시안투어 대회에 나선 뒤 내년엔 국내와 해외 무대를 병행하면서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그는 “올 시즌 우승을 한 번밖에 못 해서 아쉽지만, 개인 타이틀을 대부분 따내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올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무대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