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안익수 감독과 팔로세비치의 '밀당'은 해피엔딩으로 향한다. 팔로세비치가 침체를 딛고, 골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
서울은 7일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K리그1 36라운드 성남과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2연승을 거둔 서울(승점 43)은 9위로 올라서며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해결사는 팔로세비치였다. 팔로세비치는 이날 2골 1도움을 올렸다. 전반 15분 조영욱의 선제골을 도왔고, 후반전엔 장기인 왼발슛으로 두 번이나 골망을 출렁였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팔로세비치의 입지는 좁았다. 안익수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첫 경기인 9월 12일 성남전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후반 11분 교체투입됐지만 28분 뒤 다시 가브리엘과 교체됐다. 팔로세비치는 유니폼을 거칠게 벗어던지는 등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흥분했다.
안익수 감독은 선수 기용, 상황에 대한 언급을 아끼는 편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걸 피하기 위해서다. 안 감독은 팔로세비치의 행동에 대해 "굳이 이슈를 만들 필요가 없다"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주일 뒤 성남전에선 제로톱으로 출전했지만 어색한 포지션 탓인지 우왕좌왕했다. 안익수 감독이 경기 중 팔로세비치의 위치에 대해 계속해서 지적해주는 모습이 보였다. 안익수 감독은 선수들이 정해진 포지션에 얽매이지 않고 수시로 스위칭하는 것을 선호한다. 팔로세비치가 이에 적응하지 못했다.
안익수 감독은 팔로세비치와 일화를 공개했다. 안 감독은 "팔로세비치에게 요거트를 주면서 먹고 골을 넣으라고 했는데 넣었다. 오늘도 코칭스태프가 전해줬는데 (팔로세비치 득점 이후)그게 생각나서 웃었다"고 했다. 팔로세비치는 "사실 감독님이 요거트를 줬을 때 골을 못 넣었다. 다음엔 귤을 줬는데 득점했다. 감독님과 장난도 치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술적인 이해와 신뢰가 쌓이자 결과물도 나왔다. 팔로세비치는 10월 3일 대구전 중거리슛을 시작으로 4경기에서 5골을 터트렸다. 안 감독 부임 전까지 24경기 4골에 그쳤지만 반전에 성공했다. 볼을 받기 위해 내려오던 모습이 줄어들고, 나상호·조영욱 등 동료 선수들과 원투패스를 주고받으며 속도를 살려주자 팀 전체에도 활력이 돌았다.
팔로세비치는 "안익수 감독이 왔을 때는 내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전술적으로 다른 역할을 요구했다"고 털어놨다. 안 감독은 "전술적인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 가지고 있는 역량이 있고, 창의적인 플레이도 잘 만들고 있다"며 흡족함을 드러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