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초 쐐기포를 날린 박세혁과 5회 말 2사 만루 위기를 잘 막은 불펜 투수 홍건희(아래 사진)는 1차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연합뉴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이탈한 두산 베어스가 에이스를 내세운 삼성 라이온즈를 잡았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정규시즌 2위 삼성과 2021 KBO리그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 1차전을 6-4로 이겼다. 두산 셋업맨 홍건희는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과거 PO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사례는 33번 중 27번(81.8%)에 이른다.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이 부상으로 빠진 두산은 최원준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최원준은 1회 말 구자욱과 호세 피렐라에게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하지만 하위 타선이 역전 발판을 만들었다. 2회 초 1사 1루에서 두산 6번 타자 허경민이 삼성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으로부터 2루타를 쳤다. 이어 박세혁의 볼넷 등으로 만든 2사 만루에서 강승호가 깔끔한 중전 안타를 치며 주자 2명을 불러들였다. 두산은 이어진 1·2루에서 정수빈이 강습 타구를 쳐 삼성 3루수 이원석의 실책을 유도했다. 2루 주자 박계범이 홈을 밟아 두산이 3-2로 역전했다.
뷰캐넌은 정규시즌 두 차례 두산전(9이닝)에서 평균자책점 8.00을 기록할 만큼 약했다. 하지만 허삼영 삼성 감독은 “우리 팀 에이스다. 1차전에 나서는 게 당연하다”며 그를 선발로 내세웠다. 두산 타자들은 자신 있게 뷰캐넌을 상대했다. 9회 초 쐐기포를 날린 박세혁(위 사진)과 5회 말 2사 만루 위기를 잘 막은 불펜 투수 홍건희는 1차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뉴스1] PO 1차전 첫 번째 승부처는 5회 말이었다. 두산 선발 최원준이 1사 후 2번 타자 김지찬에게 안타를 내줬고, 견제 실책까지 저질렀다. 후속 구자욱과 강민호에게 볼넷과 사구까지 허용하며 만루에 몰렸다. 올 시즌 네 차례 삼성전에서 평균자책점 0.36을 기록했던 최원준도 이날은 긴장한 듯 사사구 5개를 내줬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홍건희를 내세웠다. 홍건희는 삼성의 거포 오재일을 상대로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고집했다. 볼카운트 2볼-2스트라이크에서 던진 시속 150㎞ 직구가 높아서 볼이 됐지만, 풀카운트에서도 정면 승부를 택했다. 7구 접전 끝에 빠른 공으로 2루수 병살타를 이끌어냈다.
선발 싸움이 끝난 뒤에도 두산은 강한 불펜을 가동했다. 홍건희는 6회 말 1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박해민을 1루 땅볼, 김지찬을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두산의 리드를 지켜냈다.
홍건희는 지난해 6월, 멀티 내야수 류지혁을 KIA 타이거즈로 보내고 영입한 투수다. 공은 빠르지만, 제구력은 좋지 않았다. 주전급 내야수를 내준 두산이 손해 본 트레이드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홍건희는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잠재력을 발휘했다. 필승조 한 축을 맡은 그는 올해도 팀 최다 홀드(17개)를 기록했다. 홍건희는 “명확한 임무(셋업맨)를 맡게 되면서 내 공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 공을 PO 승부처에서 보여줬다.
두산은 9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나선 박세혁이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1점 더 달아났다. 김재호·강승호·정수빈도 오승환에게 연속 3안타를 치며 추가 득점을 이끌었다. 두산 마무리 김강률은 9회 말 구자욱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두산의 승리를 지켜냈다. 삼성은 뷰캐넌에 이어 8회 초 마이크 몽고메리까지 투입하는 강수를 뒀으나, 뒷심에서 밀렸다. PO 1차전 (9일·대구) 베테랑 왼손 투수 이현승도 빛났다. 두산이 4-2로 앞선 8회 말 1사 2·3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강한울에게 땅볼 타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후속 타자 박해민을 삼진 처리하며 1점 리드를 지켜냈다.
2016년 개장 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른 라이온즈파크는 만원 관중(2만 3000명)에 실패했지만, 올 시즌 최다 관중(2만2079명)이 입장했다. 10일 오후 6시 30분 시작하는 준PO 2차전에는 삼성 백정현, 두산 김민규가 선발 투수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