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손흥민(29·토트넘)이 아랍에미리트(UAE) 수비를 휘저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이 3만 관중을 ‘들었다 놨다’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 한국은 1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UAE·71위)를 1-0으로 꺾었다.
2년 만에 축구 A매치 관중 100% 입장이 허용된 가운데 3만152명이 ‘직관’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모든 스포츠 경기 중 최다 관중이었다. 골대를 2번이나 때린 손흥민은 골 빼고 다 보여줬다. 전반 36분 ‘황소’ 황희찬(울버햄튼)이 페널티킥 결승골을 터트렸다.
최종예선 10경기 중 반환점을 돈 가운데 한국은 3승2무(승점 11)를 기록, 이란과 선두 싸움을 이어갔다. 최종예선 각 조 1, 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는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UAE는 3무2패(승점3)에 그쳤다.
황의조(보르도)가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조규성(김천 상무)이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좌우 날개에 포진하는 4-3-3 포메이션 형태였다.
한국의 강력한 압박, 섭씨 영상 4도 쌀쌀한 날씨 탓에 중동에서 온 UAE 선수들의 움직임은 무거웠다. 전반 34분 페널티 박스 내 오른쪽에서 황인범(루빈 카잔)이 알리 하산의 다리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영리하게 돌아서는 황인범의 움직임이 좋았다.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슛으로 골망 오른쪽 구석을 흔들었다. 황희찬의 A매치 7호골이다.
한국은 전반전에 볼 점유율 74대26, 슈팅 11대1로 압도했다. 전반에만 골대를 2번 강타했다. 전반 13분 조규성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이 왼쪽 골포스트를 때렸다. 1m88㎝ 조규성의 포스트 플레이가 잘되자, 덩달아 중원 움직임도 좋아졌다.
전반 45분 손흥민은 하프라인부터 상대 선수 3명을 달고 단독 드리블 돌파를 했다. 약 30m를 치고 들어가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슛을 쐈다. 아쉽게 왼쪽 골포스트를 맞았지만, 2019년 12월 프리미어리그 번리전 ‘79m 드리블 골’을 연상시켰다.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얼굴에 맞았다. 골키퍼가 ‘막았다’보다는 ‘맞았다’는 표현이 맞다.
후반에도 손흥민은 지독한 골대 불운에 시달렸다. 후반 28분 김진수(전북)의 크로스를 손흥민이 러닝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나왔다. 후반 31분 조규성이 교체아웃되고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섰다. 지난달 시리아, 이란전에서 골맛을 본 손흥민은 3경기 연속골은 불발됐다. 수차례 골문을 두드렸지만 뭔가 홀린듯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앞서 후반 16분 상대 역습 상황에서 알자비의 위협적인 중거리슛을 골키퍼 김승규(가시와)가 수퍼세이브로 막아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빌드업(공격전개) 템포, 공격전환 템포 모두 좋았다. 계속해서 상대진영 높은 부분부터 UAE를 압박하는 경기전략도 괜찮았다. UAE가 수비실책이 많은 팀이라서 세컨볼 싸움에 유리했다. 특히 조규성의 폭넓은 움직임, 적극적 압박, 등지는 플레이 모두 준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심각하게 결정력이 아쉬웠던 경기다. 그래도 결과를 얻은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체력면에서 힘겨워진 선수들에 대해 좀 더 적절한 타이밍의 교체는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슈팅 17개(유효슈팅 6개)를 쐈지만 1골에 그친 점은 아쉬웠다.
손흥민은 경기 후 “선수들이 고생해서 많은 찬스를 받았는데 (해결하지 못해) 미안하고 반성해야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추운 날씨에도 멀리까지 오신 분들에게 감사 드린다. 좀 더 시원한 승리로 보답해드렸으면 좋았을텐데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강력한 압박 플레이 대해 손흥민은 “UAE도 볼을 잘 차는 팀이라서 그런 부분을 준비했다. 비디오 분석을 통해 선수들끼리 얘기한 부분이 잘 이루어졌다. 공격수들이 찬스에서 골을 넣었어야 했고, 더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위드 코로나’에 따라 2년 만에 축구 A매치 관중을 100% 받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인서 및 48시간 내 음성확인서를 제출하면 입장가능했는데, 경기도 파주에서 온 유준범(19)씨는 “흥민이 형을 응원하기 위해 2차 접종까지 마치고 왔다”며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를 따라했다. 이날 유효좌석 3만5000석 중 3만152명이 입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