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투수 이현승(38)은 포스트시즌 통산 41경기에 등판했다. 한국시리즈(KS) 19경기, 플레이오프(PO) 13경기, 준플레이오프(준PO) 8경기, 와일드카드(WC) 결정전 2경기를 합친 기록. 현역 선수 중 독보적인 최다 출장 기록이다. 이현승은 "이게 다 두산이라는 팀에서 뛴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렇다. 두산은 KS 우승컵을 들어올린 2015년부터 올해까지, 역대 최초로 7년 연속 KS 진출에 성공한 '가을 단골손님'이다. 하지만 그 7년의 과정을 선수로서 모두 함께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현승은 매년 두산의 KS 엔트리 한 자리를 지킨 '산 증인'이다.
그는 거듭 "다른 팀이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을지도 의문"이라며 "도중에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시기도 있었지만, 팀이 계속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덕분에 이 나이에도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다. 내게는 두산이 무척 감사한 팀"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올해는 가을마다 되살아나는 '미러클 두산'의 기운이 더 위세를 떨치고 있다.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친 두산은 WC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매 시리즈를 승리로 이끌어 또 한번 KS에 나서게 됐다.
이현승은 "나도 이렇게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다. '이번엔 지나' 싶다가도 계속 이기는 게 나도 신기하다"며 "두산이 정말 독보적인 팀이었던 시즌(2016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상 선수도 많고 다들 체력적으로 지친 상태인데도 이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두산은 외국인 원투 펀치가 모두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국내 선발 최원준, 김민규, 곽빈과 불펜 홍건희, 이영하, 이현승의 활약을 앞세워 KS까지 왔다. KS에는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합류할 가능성이 크고, PO 2경기에 등판하지 않은 베테랑 왼손 투수 장원준도 마운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현승은 "장원준이 (PO 엔트리에) 합류해서 너무 좋았다. 젊은 투수들과 나이 차가 너무 많이 나서 장난을 치기도 어려웠는데, 친구 같은 존재가 생겨서 마음이 편하다"며 "후배들이 잘하고 있으니 어차피 나는 그들을 돕는 역할이다. (앞선 시리즈에서) 내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했고, 결과적으로 운이 많이 따랐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또 "어차피 내가 시속 150㎞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는 아니지 않나. 다만 최선을 다해 150㎞ 같은 140㎞를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던지고 있다"며 "두산이 왜 '미러클 팀'으로 불리는지 많은 분이 확인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기적 같은 경기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