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14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1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서 4-2로 신승을 거뒀다. KS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73.7%(38번 중 28번)이다. KT가 창단 첫 KS 승리와 함께 우승에 다가섰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 뒤 휴식일이 길었다. 타자들의 실전 감각이 2차전 이후 회복된다고 볼 때 (그전까지는) 투수가 잘 버텨줘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1차전 선발로 나선 쿠에바스는 감독의 바람대로 잘 던졌다. 초반 기세가 중요한 단기전 첫 경기에서 3회까지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특히 커브가 돋보였다. 1회 초 선두 타자 정수빈, 2회 무사 1루에서 상대한 양석환 모두 커브를 결정구로 삼진 처리했다.
쿠에바스는 '고속' 커브를 던진다. 이강철 감독은 "구속이 130㎞대로 찍히는 공은 슬라이더가 아니라 커브다. 공이 빠르고 낙폭까지 커서 타자 입장에서 공략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좌타자 몸쪽 낮은 코스로 빠지는 커터와 궤적이 흡사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기도 어렵다.
주 무기를 앞세운 쿠에바스는 3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4회 첫 위기도 커터-커브 조합으로 넘어섰다. 1사 1루에서 김재환에게 2루타를 맞고 2·3루에 놓인 그는 양석환를 공 3개로 삼진 처리했다. 볼카운트 커터와 커브를 차례로 던져 헛스윙을 유도,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었다. 후속 박세혁도 볼카운트 2볼-1스트라이크에서 커브를 보여준 뒤 커터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연속 삼진을 잡은 쿠에바스는 포효했다.
KT는 4회 말 1사 2·3루에서 장성우가 희생플라이를 치며 선취점을 냈다. 하지만 쿠에바스도 일격을 당했다. 5회 초 1사 후 강승호에게 중월 3루타를 맞았다. 후속 김재호에게 희생플라이까지 내줬다.
하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6회 초 무사 1루에서는 안타 2개를 맞은 김재환을 삼진 처리했다. 양석환과 박세혁도 각각 삼진과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하위 타순을 상대한 7회는 삼자범퇴.
타선은 7회 말 배정대의 홈런, 황재균의 땅볼 타점, 강백호의 적시타로 3점을 달아났다. 쿠에바스는 8회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낸 뒤 마운드를 넘겼다. KT는 리드를 지켜내며 4-2로 승리했다.
쿠에바스는 2021년 굴곡이 많았다. 시범경기에서 등에 통증이 생기며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팀의 10번째 경기에서 복귀전을 치렀지만,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5월 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10실점 하며 무너지기도 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의 보직을 선발에서 불펜 투수로 바꾸려고 했다. 선발 투수 엄상백이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하며 가용 자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쿠에바스는 감독의 제안을 거절했고, 독한 마음으로 다시 마운드에 섰다. 6월 25일 한화 이글스전 완봉승을 포함해 4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또 시련이 닥쳤다. 자신을 응원하기 위해 입국한 아버지 비센테 윌리엄 쿠에바스가 자가격리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고, 치료 중 병세가 악화되며 지난 8월 세상을 떠났다.
장례 절차부터 유해를 모국(베네수엘라)으로 이송하는 일에 어려움이 많았다. 구단은 선수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했다. 떠날 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살아 있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어머니와 형제들의 응원을 받고 팀에 복귀했다. 그리고 9월 3일 키움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아버지를 향해 승리를 바쳤다.
쿠에바스의 멘털은 한층 단단해졌다. 10월 등판한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6를 기록하며 KT의 순위 경쟁에 기여했다. 10월 31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1위 결정전에서는 영웅이 됐다.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KT의 승리를 이끌었다. 사흘 전 NC 다이노스전에서 공 108개를 던진 후 고작 이틀만 쉬고 등판한 경기였다.
쿠에바스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내 능력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날 그렇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미친 시즌'이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KS 승리 뒤에도 그는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아버지께서 내가 KS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다. 내 생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분명히 어떤 에너지가 주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도와주시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KS 1차전 경기 최우수선수(MVP)도 쿠에바스의 차지였다. 그는 "여기까지 긴 여정 속에서 맡은 바 역할을 잘 해내서 기쁘다. 남은 경기도 잘해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할 것"이라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