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주당 10만원을 바라보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6만원대로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업황에 먹구름이 낀 것이 원인이다. 위기를 느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현장경영에 직접 나서며 '뉴 삼성' 구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최대 매출에도 주가 '뚝'…반도체 먹구름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2일까지 10거래일간 개인투자자는 2593억9504만7000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도 2486억9925만6100원어치를 팔았다.
대장주의 역전을 고대하던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기다림에 지쳐 하나둘씩 손절하는 모습이다. 종목토론실에는 지지부진한 주가에 손해를 보고 매도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7만원이 곧 무너진다. 5만원까지 떨어지면 다시 사겠다" "결국 매도가 (매수보다) 우위에 섰다. 9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10만 전자'를 바라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삼성전자는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장기간 7만원대에 갇혔던 주가 반등에 나서는 듯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73조9800억원으로, 기존 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던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연속 해당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반도체의 경우, 서버용 중심으로 메모리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D램이 분기 최대 출하량과 역대 두 번째 매출을 나타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도 글로벌 고객사를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해 실적을 개선했다.
하지만 잠정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8일 주가는 오히려 전일 대비 0.14% 떨어졌다. 연초에는 9만원까지 오르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이달 들어 7만원대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초 반도체 관련주의 가치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드 코로나 '(단계적 일상전환) 정책 확산으로 원격수업·재택근무 등 비대면 특수는 끝나가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PC 수요는 2분기부터 성장률이 둔화하고 3분기는 한 자릿수까지 급격히 낮아졌다"며 "반도체 공급 부족 등의 영향으로 4분기 PC 출하는 역성장의 가능성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서버용 제품은 글로벌 IT 기업들의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및 업그레이드 프로젝트가 다시 가동해 부진했던 상반기 대비 수요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1~2022년 연간 7~8% 성장이 예상된다. 그 이후로도 연간 5~6%의 안정적 출하 증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실적을 책임지고 있는 메모리의 가격 하락은 큰 변수다. '다운턴 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2022년 실적 전망을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 ASP(평균판매가격)가 전년 대비 15%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에이브릴 우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D램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D램 ASP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부족 이슈도 과제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급격한 수요 증가와 일부 생산시설 폐쇄 등이 원인인데, 아직까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해결사를 자처하며 반도체 회사들에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상무부가 공표한 설문조사 항목은 총 26가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민을 거듭하다 고객사 정보·재고 등 민감한 내용을 제외하고 기밀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했다. 미국은 안보 이슈가 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수출입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
중장기 리스크 산적…이재용 '뉴 삼성' 가속 이처럼 장기 리스크가 산적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은 5년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대규모 해외 투자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상과 내용을 묻는 말에는 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이 유력한 공장 후보지로 떠오른 상태다.
가까스로 투자 시계를 되돌리면서 회사는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주가 상승을 이끌 호재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