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는 지난 14일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4-2로 이겼다. 결승타는 7회 말 중견수 배정대의 솔로 홈런이었지만, 또 한 명의 해결사가 있었다. 팀의 주포 강백호(22)다.
2021프로야구 KBO포스트시즌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14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7회말 2사 2루 강백호가 1타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서 환호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11.14/ 선취점도, 쐐기점도 강백호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이날 3번타자·1루수로 선발 출전했던 강백호는 3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강백호는 4회 말 선두 타자로 나와 7구 승부 끝에 커브를 밀어서 좌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로 연결했다. 후속 타자들의 출루와 진루타에 힘입어 홈을 밞으며 선취 득점을 만들었다.
승리에 쐐기를 박은 것도 강백호였다. 7회 말 KT가 3-1로 앞서던 상황에서 두산은 2사 2루 상황에서 좌타자 강백호를 막기 위해 좌투수 이현승을 올렸으나 소용 없었다. 강백호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으로 달아나던 이현승의 슬라이더를 가볍게 밀어 쳐 3루수 허경민을 뚫는 좌익 선상 적시타로 연결했다. 강백호가 두 점을 만들었고, KT는 두산에 두 점 차로 창단 첫 KS 승리를 거뒀다.
강백호는 자타공인 KT의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번으로 KT에 입단해 바로 신인왕이 됐다. 지난해에는 1루수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올해는 더 빛났다. 8월 17일까지 4할 타율을 유지했다. 9월 타율 0.250의 극심한 부진으로 타격왕의 자리는 넘겨줬지만, KT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 일등공신이었다. 타구를 좌우 가릴 것 없이 골고루 보내는 노련한 타격 덕분이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 투아이에 따르면 올해 강백호가 좌우로 보낸 타구가 각각 158개로 같았다. 안타도 밀어서 친 좌측 안타가 68개로 우측(47개)보다 더 많았다. 풀스윙 강타자라는 이미지와 달리 타구를 골고루 보내며 상대 시프트를 무력화했다.
특히 1위 수성이 달린 10월에는 콘택트에 집중했다. 강백호는 10월 24일 키움전에서 좌전 안타 2개를 친 후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내가 변화구를 우측으로 잡아채는 성향이 있다는 걸 파악하고 상대가 시프트를 걸더라”며 “무게 중심을 뒤에 둔 채 의식적으로 밀어치려고 했다. 팀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0월 강백호가 당겨친 안타는 7개, 밀어친 안타는 2배에 가까운 12개였다.
지난 10월 31일 열린 정규시즌 마지막 1위 결정전(타이 브레이커)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백호는 6회 초 2사 1, 3루 상황에서 삼성 라이온즈의 영건 에이스 원태인의 3구째 직구를 밀어서 좌전 적시타로 만들었다. 강백호의 한 점으로 KT는 1-0 승리를 거두고 정규시즌 최종 1위로 KS에 직행했다.
KS에서도 특유의 타격이 빛나고 있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후 “시리즈 시작 전 ‘네가 키가 돼서 끌어가야 한다. 상황에 맞는 타격만 해달라’고 하니 그렇게 연습하고 있다고 하더라"면서 "상황에 맞게 잘 대처하는 게 좋아졌다. 우리 팀은 강백호가 풀어줘야 하는 타순”이라고 활약을 칭찬했다.
KS 1차전 해설을 맡았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타격 어프로치(타격 접근법)에 주목했다. 허 위원은 “KT가 KS 준비를 잘하고 나왔다. 단기전에서는 타자들의 스윙 어프로치 설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규시즌과 단기전은 상대 투수가 던지는 공이 다르다. 좋은 공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타자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상대 팀인 두산이 포스트시즌에 강한 비결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허 위원은 “압축된 경기에서 필요한 것들을 강백호가 잘해냈다”며 “강백호가 삼성과의 타이 브레이커 때도 그랬지만 KS 1차전에서도 끌어당겨서 장타를 욕심내는 스윙을 하지 않았다. 커리어에 비해 상황에 맞는 타격을 잘한다. 또 한 단계 성숙한 야구, 발전된 야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강백호의 노련한 타격을 칭찬했다.
강백호는 올 시즌 타이틀이 하나 없이도 시즌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다. 하지만 시즌 말 "개인상이 최우선이 아니다"라며 "난 이제 만 22세이다. 타격 다관왕이나 MVP는 나중에 노려도 된다. 가장 큰 목표는 KT를 우승으로 이끄는 것"이라고 밝힌 후 팀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바 있다. KT의 첫 통합 우승이 그의 방망이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