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쿠에바스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오영수 배우의 시구를 웃으며 바라보고 있다. [사진 KT 위즈]
'한국시리즈 첫 승' KT 뒷이야기 오영수 시구에 "같이 찍어달라" 결승포 배정대는 어머니와 눈물
프로야구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이 열린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경기에 뛴 선수들만큼 큰 관심을 받은 인물이 있었다. 시구자로 나선 오영수(77) 배우다. 그는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출연, 강렬한 연기로 '월드 스타'가 됐다.
오 배우는 'KBO와 우리는, 깐부잖아'라는 전광판 문구와 함께 등장했다. '깐부(친한 단짝 친구나 짝꿍을 가리키는 말)'는 극 중 긴장감을 더하는 장치로 쓰인 단어. 오 배우는 '깐부 할아버지'로 통한다. 그는 관중석을 향해 인사한 뒤 멋진 시구를 보여줬다. 팔 스윙은 느렸지만, 공은 제법 날카롭게 홈플레이트를 향했다.
KT 포수 장성우는 오 배우와 인사를 나누며 "저도 작품을 봤습니다. 팬입니다"라고 전했다. 이 모습을 설렘으로 지켜본 선수가 있다. KT 선발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30)였다.
쿠에바스는 오징어게임의 열혈팬. 오 배우가 이날 시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구단 직원에게 "같이 사진을 찍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이는 KBO와 협의가 되지 않은 사안이었다. 경기를 앞둔 선수가 오 배우와 촬영할 틈을 내기도 어려웠다.
쿠에바스는 "그러면 마운드에 오른 배우님과 한 앵글에 나올 수 있게 멀리서라도 찍어달라"고 재차 부탁했다. 그는 결국 마음에 꼭 드는 사진을 얻었다. 다른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크게 부러워했다는 후문이다.
쿠에바스는 KS 1차전에서 7과 3분의 2이닝 1실점으로 호투, KT의 창단 첫 KS 승리(스코어 4-2)를 이끌었다. 경기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그가 경기 뒤 "아직 경기장에 계신지 알아봐 달라"며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오 배우였다.
이날은 KT 야구단의 축제일이었다. '가을 타짜' 두산에 1차전을 내줬다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 모두 정규시즌 우승팀다운 전력을 과시했다.
훈훈한 뒷이야기도 함께 빛났다. 주인공은 KT 외야수 배정대(25). 그는 1-1 동점이었던 7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서 두산 이영하로부터 좌월 솔로 홈런을 쳤다. 이 경기 결승포였다.
배정대는 1루로 뛰어나가며 관중석을 향해 손짓했다. 어머니를 향한 세리머니였다. 배정대는 "평소 어머니가 내 타석만 되면 손으로 얼굴을 가리신다. 다칠까 봐 제대로 못 보시는 거다. 나도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면을 물려받았나 보다. 그래도 좋은 상황(홈런)이 나와서 효도한 것 같다.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웃었다.
1차전 '오늘의 깡(결승타)' 타자로 선정된 배정대는 시상식에 나선 후 관중석에 있는 어머니를 향해 다가섰다. 모자(母子)는 그물망을 사이에 두고 손을 맞잡았다.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KT 프런트도 분주했다. 배정대가 친 홈런은 좌측 두산 응원석을 향했고, 공은 생애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은 한 가족이 얻었다. 이 공은 KT의 창단 첫 KS 홈런볼이었다. 또 그 가족에겐 평생의 추억이 될 수 있는 공이었다. 구단은 소정의 선물과 홈런볼을 교환하고 싶어 한다.
손님맞이와 첫 홈런, 첫 승리로 정신없던 하루. 한 KT 직원은 "야구단에 입사해 처음으로 KS를 경험했다. 플레이오프와 비교할 수 없는 열기에 감탄했다. 이건 완전히 다른 무대"라며 웃었다.
KT는 15일 2차전에서도 1차전 승리 기세를 이어갔고, 6-1로 승리하며 KS 두 번째 승리까지 따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