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이번 포스트시즌(PS)에서 마운드 열세가 점쳐졌다.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통증으로 빠졌고, 워커 로켓은 수술을 위해 일찌감치 고국으로 떠난 상태다. 마운드 전력의 이탈을 상쇄시키기 위해 타선에 기대를 걸었다.
예정대로 맞아떨어졌다. 포스트시즌 3할대 불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팀 타율 0.346을 기록했다.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선 0.306,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에선 0.380으로 높았다. 포스트시즌이 주는 집중력과 긴장감, 또 필승조가 연달아 투입되는 점까지 고려하면 굉장히 뜨겁다. 두산의 정규시즌 타율은 0.268이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에선 다르다. 이제 2경기만 치렀을 뿐이지만 팀 타율은 0.242에 그친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처음으로 상대팀보다 타율(KT 0.262)이 낮다.
팀 타율이 조금 떨어져도 중요한 승부처에서 터져주면 된다. 하지만 15일 KS 2차전에서 1~3회까지 3이닝 연속을 포함해 총 4개의 병살타를 쳤다. 1회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걸려 아쉬움을 삼킨 장면도 있었지만, 2회와 3회에도 병살타로 초반 기회를 놓친 탓에 KT에 분위기를 뺏겼다. 결국 1-6으로 져 2연패를 1~2차전을 모두 내줬다. 14일 1차전에서는 0-0으로 맞선 2회 병살타가 나왔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초반에 잘 맞은 타구가 잡혔던 것이 아쉽다"며 "어제도 오늘도 초반에 찬스에서 연결이 잘 안되는 것 같다. 흐름이 끊기고 상대 쪽으로 넘겨주면서 실점을 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편중 현상도 보인다. 1~2차전에서 모두 안타를 친 선수는 호세 페르난데스(8타수 5안타)와 강승호(6타수 3안타) 뿐이다. 김 감독도 "안 맞는 선수는 맞지 않고, 잘 맞는 선수는 잘 맞는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중심타자 박건우와 양석환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건우는 준PO에서 타율 0.417로 잘했지만, WC(0.100) PO(0.222)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는 7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다. 양석환은 PS 타율이 0.179로 더 부진하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는 7타수 무안타, 삼진 아웃만 6차례 당했다. KS 2차전에서 박건우를 3번에서 5번, 양석환을 5번에서 6번으로 옮겼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둘 다 3번 페르난데스가 차려놓은 밥상(3안타)을 걷어차기 일쑤였다.
답답한 김태형 감독은 2차전 종료 후 16일 일정을 묻는 말에 "아직 모르겠다. 박건우와 양석환은 훈련하라고 할까"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여기에 '가을 사나이'로 통하는 정수빈은 1차전 슬라이딩 수비 때 왼 손목을 접질려 2차전에 결장했다. 올 시즌 쏠쏠한 활약을 펼친 김인태에 대해선 "김인태를 보면 안타가 안 나와도 타이밍과 자세를 보면 칠 것 같을 때와 쫓길 때가 있는데 감이 좋지 않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