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프로야구 KBO포스트시즌 kt위즈와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이 1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8회초 2사 2루 조현우가 등판, 역투하고 있다. 고척=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11.15/ 2021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신 스틸러'는 단연 KT 위즈 왼손 불펜 투수 조현우(27)다. 그는 두산 베어스 거포 김재환의 저격수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조현우는 17일 KS 3차전에서 두산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KT가 1-0으로 앞선 6회 말 2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을 상대했다. 포심 패스트볼(직구)과 슬라이더로 파울 2개를 얻어낸 뒤, 3구째 바깥쪽(좌타자 기준)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다시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김재환은 한동안 허공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첫 승부처에서 실점을 막은 KT는 7회 초 2점을 추가했고 3-1로 승리하며 3연승을 거뒀다. 경기 최우수선수(MVP)는 KT 선발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차지했지만, 가장 중요한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조현우도 승리 주역이었다.
조현우는 KS 1·2차전에서도 중요한 순간 김재환을 잡아냈다. 1차전은 팀이 4-1로 앞선 8회 초 2사 1루에서 KT 두 번째 투수로 등판, 김재환을 2구 만에 좌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이닝을 끝냈다. 2차전은 6-0으로 앞선 8회 초 2사 2루에서 등판했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는 적시타를 맞았지만, 김재환에게는 슬라이더만 4구 연속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추격을 당할 수 있는 위기에서 침착한 승부를 보여주며 임무를 완수했다.
KT가 통합 우승을 확정한 KS 4차전에서는 김재환에게 일격을 당했다. 8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측 솔로 홈런을 맞았다. 수 차례 당한 구종에 김재환은 초구에 응수했다.
하지만 조현우는 앞선 상황에서 이미 임무를 해냈다. 고영표가 안타를 맞고 무사 1루에 놓인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고, 2차전에서 적시타를 맞았던 페르난데스에게 병살타를 유도했다. KT가 비교적 넉넉한 점수 차로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김재환에게 맞은 홈런도 승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이강철 KT 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현우를 2년 동안 지켜보면서 '생각보다 강심장을 가진 투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공을 던진다면 강타자와의 승부에서도 이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LG 트윈스 김현수나 NC 다이노스 나성범처럼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타자들의 타석에서 조현우를 투입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리허설을 잘 치러낸 조현우는 본 무대인 KS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김재환은 홈런왕(2018시즌·44개) 출신 거포다. KS 전까지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타율 0.370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현우의 슬라이더 앞에서 잇따라 어설픈 스윙을 보여줬다.
조현우는 먼 길을 돌아 KT 셋업맨으로 거듭났다. 2014 2차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KT의 지명을 받았지만, 이듬해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2017년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 보호 선수(40명)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때 왼손 불펜진 보강을 노리던 친정팀 KT가 다시 손을 내밀었다.
조현우는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뒤 1군 등판 기회가 늘어났다. 지난해는 54경기에 등판, 9홀드·1세이브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2점(2.61)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 KS에서도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꼭 필요한 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