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중심 양효진(32)은 “(주전) 7명이 아니라 (전체 선수) 19명이 경기를 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 현대건설이 확 달라졌다. 똘똘 뭉친 선수들이 원 팀이 되어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16일 2021~22시즌 V리그 개막 후 남녀부를 통틀어 유일하게 한 번도 지지 않은 팀이다. 개막 후 9연승(승점 26). 오는 20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승리하면 11년 만에 팀 최다인 10연승과 타이기록을 세운다.
현대건설의 압도적인 경기력은 세트 득실률(5.400)에서 나타난다. 총 27세트를 따내는 동안 상대에게 빼앗긴 세트는 5개에 불과하다. 여자배구 사상 가장 높았던 2005년 도로공사의 세트 득실률(2.688)을 훨씬 능가한다.
2019~20시즌 1위를 차지한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꼴찌(11승 19패, 승점 34)로 급전직하했다. 지난여름 현대건설은 확 달라진 전력을 보였다. 8월 말 막을 내린 KOVO컵에서 전승을 거두며 우승한 것이다. 정규시즌 1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새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가 득점 4위(182점), 성공률 2위(44.22%)로 막강한 화력을 자랑했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에게만 의존하지 않는다. 야스민의 공격 점유율은 31.51%로, 다른 외국인 선수보다 10%포인트 정도 낮은 편이다.
현대건설은 탄탄한 국내 선수층을 한껏 활용한다. 7억원을 받는 ‘연봉 퀸’ 양효진은 17일까지 국내 선수 득점 1위(141점, 전체 7위)에 올라 있다. 지난 시즌 12년 연속 블로킹 1위 등극에 실패했으나, 올 시즌엔 부문 2위(세트당 0.813개, 2020~21시즌 0.545개)로 자존심을 회복했다. 신예 이다현(0.688개)의 높이까지 더해, 현대건설은 높고 단단한 벽을 자랑한다.
부상에서 돌아온 리베로 김연견과 수비에 능한 레프트 황민경, 고예림이 뒤를 받친다. 이다영이 떠난 뒤 주전 세터로 도약한 김다인도 풀 타임 2년 차를 맞아 언니들과 좋은 호흡을 자랑한다.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더 많지만, 베테랑 황연주와 레프트로 변신해 서브 리시브를 가다듬고 있는 정지윤도 현대건설의 상승세에 한몫한다. 양쪽 날개와 중앙 센터진의 높은 블로킹과 속공, 그물 수비 등 공·수에서 경기를 풀어갈 요소가 넘쳐난다.
현대건설의 독주에는 강성형 신임 감독의 리더십도 녹아있다. 양효진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만큼 감독님이 좋다. 정말 편하게 해준다. 선수의 장점을 살리는 감독님”이라며 “1년 사이에 팀이 많이 달라졌다.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강성형 감독은 “지난 시즌 최하위로 떨어져 선수들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원 팀이 되기 위해, 누구 한 명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움직였다”며 상승세 비결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