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프로야구 KBO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1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2루 박세혁에게 1타점 적시 2루타를 허용한 원태인이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kim.mingyu@joongang.co.kr /2021.11.10/
"내년에 달성하라고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은 주지 않은 것 같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원태인(21·삼성 라이온즈)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원태인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26경기에 선발 등판해 14승 7패 평균자책점 3.06을 기록했다. 데뷔 첫 규정이닝을 소화하며 개인 최다승 기록(종전 6승)을 경신했다. 평균자책점은 국내 선발 중 리그 3위. 그는 "개인 성적은 너무 만족스럽다. 80~90점 정도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시즌이 그렇게 끝나다 보니 아쉬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삼성은 정규시즌 144경기를 KT 위즈와 동률(76승 9무 59패)로 마쳤다. 단판 승부로 1위 결정전(타이 브레이커)을 치렀는데 원태인은 중압감이 큰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실점(비자책) 쾌투했다. 하지만 0-1로 석패, 2위로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눈앞에서 놓쳤다. 포스트시즌(PS) 첫 단계였던 플레이오프(PO·3전 2승제)에선 두산 베어스에 덜미가 잡혔다.
원태인은 "144경기를 정말 열심히 달려왔는데 마지막 3경기(타이 브레이커+PO 2경기)에선 뭘 해보지도 못하고 끝난 거 같다. 1년 동안 해온 게 너무 아까울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PO 2차전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1과 3분의 1이닝 2피안타 2실점. 당초 PO 3차전 선발 투수로 내정됐지만 1차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삼성은 2차전을 투수 총력전으로 치렀다. 원태인은 익숙하지 않은 불펜에서 데뷔 첫 가을야구를 소화했다. 결과는 패배, 시리즈 탈락이었다.
그는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2차전 팀이 워낙 어려운 상황(0-5로 뒤진 2회 2사 2루)이었다. 나간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날씨가 추워서인지 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PO가 가장 아쉽다"고 돌아봤다.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매년 반복됐던 후반기 부진을 극복했다. 지난 7월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체력적인 부담이 컸지만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았다. 원태인은 "워낙 큰 대회에서 던져보니까 경기 운영하는 방법 같은 걸 많이 배웠다"며 "올해도 후반기 체력은 떨어졌는데 버틸 수 있는 힘이 좀 생긴 것 같다.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쓸 수 있어서 좋아졌다"고 했다.
원태인은 자타공인 '체인지업 마스터'다. KT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은 "원태인의 체인지업은 마치 한 번 멈췄다가 날아오는 느낌이다. 타이밍을 맞추기 힘들고, 공 자체가 정말 좋다"고 극찬했다. 서드 피치로 슬라이더를 장착하면서 체인지업의 위력이 더 향상됐다. 지난해 5.01개였던 9이닝당 탈삼진이 올해 7.32개로 늘었다. 그는 "90% 정도는 슬라이더 덕분이다. 투 스트라이크 전까지 체인지업을 최대한 아낄 수 있으니까 위력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원태인은 벌써 2022년을 준비한다. 휴식이 아닌 구슬땀을 흘리며 11월을 보내고 있다.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15승과 2점대 평균자책점 목표를 다시 쫓는다. 그는 "슬라이더를 더 가다듬고 컷 패스트볼이나 투심 패스트볼 같은 변형 패스트볼 위주로 구종 추가를 생각하고 있다. 2~3년 뒤를 생각해서라도 한 번 도전해볼 생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