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홍천기'부터 '원 더 우먼'까지 쉴 새 없이 연기했다. 극과 극의 캐릭터를 표현하며 모두 사랑받는 데에 성공했다. '홍천기'에서는 다소 어두운 캐릭터로, '원 더 우먼'에서는 밉지 않은 악역으로 변신했다. 동일 인물이라곤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지금껏 쌓아온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캐릭터를 완성했다.
갑자기 나타난 배우가 아니다. 모델 출신인 송원석은 2012년부터 배우의 길에 발을 딛기 시작했다. 'SNL 코리아' 같은 쉽지 않은 생방송 예능까지 경험했다. 'SNL 코리아'의 한 코너에서 이하늬 곁에 조그맣게 등장하던 그는 어느새 성장해 '원 더 우먼' 이하늬의 남편 역할을 맡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올해는 '연기 못한다'는 댓글이 달리지 않아 정말 좋다"고 솔직히 털어놓은 송원석. 촬영장에서는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여겨야 한다는 '원칙'을 갖게 된 그는 2022년 또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원 더 우먼'이 이렇게 잘 될 거라 예상했나. "처음에 시놉시스를 읽었을 때, 소속사 대표님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무조건 잘 될 것 같다'라는 예상에 관해서다. 물론 그땐 시청률이 12~13% 정도 나올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 높게 나왔다. 촬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첫 방송이 시작됐다. 처음부터 시청률이 높게 나와서 촬영장 분위기가 참 좋았다."
-작품에 합류한 계기는 무엇인가. "'홍천기'를 촬영하고 있었고, '사내 맞선' 출연이 확정됐을 때였다. 감독님이 '미팅하자'고 하더라. 당시 나는 '홍천기' 속 캐릭터에 적응해 어두운 상태였다. 그런 저를 감독님이 보고 아리송해 하셨고, '다시 한번 만나자'고 하더라. 그리곤 '너는 천상 코믹 (연기를) 해야겠다'고 하더라. 저는 코믹이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 사실 저는 좀 유쾌한 사람이다. 정확히 보셨다.(웃음)"
-감독님의 특별한 디렉션이 있었나. "코믹 연기가 처음이다보니, 사람을 어떻게 웃겨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다. '과장된 연기를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며 준비했는데, 감독님이 '정석으로 말하듯이 하라'고 하더라. '웃길려고 하는 순간 코믹은 끝났다'고 하더라."
-첫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 "그간 우직하고 순박한, 이런 역할을 많이 했다. 그래서 성운 캐릭터가 저에게 전환점이 될 거 같았다. 코믹 연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SNL'에서 만났던 이하늬와 재회했다. "저도 누나가 알려줘서 생각이 났다. 사실 이하늬 선배와 같이 출연했다는 사실만 기억했는데, 화제가 된 장면에 같이 나왔다는 건 잊고 있었다. 사람들이 성덕이라고 하는데, 성덕 된 거 같기도 하다. 하하하. 뿌듯하더라. 그때는 조그만 역할이엇는데 지금은 남편 역할을 하게 됐다. '열심히 살았구나' 이런 생각이 났다."
-악역인데도 설렘을 준다. "연구를 많이 했다. 캐릭터의 말투나 톤을 연습했다. 밉상인데 밉상이지 않은 캐릭터를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멜로가 더 나올 거라 기대했다. "기대했었다, 저도. 사각관계가 되지 않을까했는데, 작가님의 신념은 확실했다.(웃음)"
-철없는 남편 역할을 연기하며 어디에 중점을 뒀나. "일상에서 욕 먹는 남편들, 여자한테 쥐어 잡혀사는 남편들을 많이 봤다. 주변에서 그런 사람들이 있다.(웃음) 와이프에게 잡혀사는 분들이 있다. 형들을 보며 많이 배웠다."
-이하늬에게 막 대하는 연기를 하며 부담스럽지 않았나. "(이하늬) 누나는 탑스타이시고, 연기할 때 부담스러웠다. 걱정도 많이 됐다. '잘 못하면 어떡하지' 고민했다. 그런데 첫날 이하늬 누나와 인사하고 부담이 사라졌다. 편하게 대해주시고,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역할을 해주셨다."
-이하늬는 어떤 사람인가. "이하늬는 모두를 아우르는 사람이다.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다. 촬영장 분위기가 즐거워야 연기가 잘된다는 걸 알려주셨다. 짜증내는 걸 한번도 못 봤다. 체력이 좋으신 것 같다."
-이하늬가 잘 이끌어줬나. "누나가 연기력이 출중하다보니 애드리브를 다 받아준다. 그게 제일 편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어두웠다면 애드리브를 하기 어려웠을 텐데, 제가 시도한 것들을 이하늬 누나가 다 받아줬다."
-애드리브를 잘 하나보다. "'SNL' 생방송을 8개월 하면서 애드리브에 재미를 들였다. 'SNL'에 출연할 땐, 기 센 분들이 많아서 배우기만 했다.(웃음)"
-올해를 돌아보면 어떤가. "지금이야 한시름 놓고 편하다. 두 작품('홍천기'와 '원 더 우먼')을 같이 촬영하다보니 머리가 터질 것 같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았다. 두 캐릭터 사이에 괴리가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고민도 많았는데, 노력이 인정받은 것 같아 좋다."
-모델에서 배우로 변신한 지 9년이 흘렀다. "올해가 제일 기억에 남는 해다. 2012년쯤에 영화 '댄싱퀸'에 잠깐 나왔다. 그 다음부터 단역만 한두개 하며 4년간 쉬었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4~5년 정도 됐다. '연기를 못한다'는 댓글을 달고 살았는데, 올해 처음으로 그런 댓글이 안 달렸다. 하하. 모델은 '내가 잘났다'라는 주문을 걸고 쇼에 선다. 근데 (배우로서) 현장에 오면 나를 내려놓는 사람은 연기쪽으로 성공하고, 자존심을 세우는 사람은 실패하는 것 같다. 내가 하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장에 들어가야 한다. 이제 겸허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자극이 되는 동료가 있나. "모델 하다가 연기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는다. 김우빈, 안재현, 안보현, 일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다. 정말 연기를 잘한다."
-모델 출신 배우 롤모델이 있다면. "차승원 형이다, 무조건. (헤어 메이크업) 샵도 같은 데 다닌다. (샵에서 만나면) 혼자 심장이 쿵쾅쿵쾅 뛴다. 장르를 불문하고 연기하는 게 부럽다."
-내년 계획은 무엇인가. "내년은 올해보다 더 바쁘게 지내고 싶다. 앞으로 더 좋은 연기로 시청자 분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