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카드 수수료로 인해 카드사들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줄이고 있다. 이미 카드사 수수료 부문 사업이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탓에 수익성 방어가 불가피한 까닭이다.
2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말 예고됐던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 입법예고가 카드사와 소상공인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개정안에는 내년 1월 31일부터 3년간 적용할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이 명시된다.
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둬 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늘었고 3년간 카드사의 적격비용이 줄었다는 점이 상황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적격비용이란 가맹점 수수료율 산출을 위해 카드업계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VAN·카드결제 중개업자) 수수료, 마케팅 비용 등의 원가를 분석해 산정한 비용이다. 지난 3년간 금리가 전반적으로 떨어진 데다 온라인 결제가 늘어 밴사 수수료가 감소하는 등 카드사의 적격비용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3년마다 수수료 적격비용을 산정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 수수료는 지난 12년간 13회 걸쳐 인하됐다. 일반가맹점 기준 2007년 4.5%에서 현재 1.97%~2.04%로 반 토막이 났고, 영세가맹점은 0.8%를 적용받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반대,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지 등을 촉구하는 카드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카드수수료로 인한 수익은 이미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너도나도 고객들에 기본적으로 제공하던 혜택을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무이자 할부 폐지'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무이자할부 가능 가맹점 수는 315만 곳으로 전년 말 336만 곳과 비교해 21만 곳이 줄었다. 지난 2018년 382만 곳과 비교하면 70만 곳 가까이가 사라졌다.
또 신용카드 연회비는 비싸졌다. 금감원이 집계한 지난 6월 기준 카드사 7곳의 연회비 수익은 5554억원으로 지난 2019년 6월(4785억원)보다 770억원 증가했다. 2년간 카드 한장당 연회비가 10%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소비자에게 할인 등 혜택을 퍼주던 '알짜카드'도 사라지고 있다. 주요 7개 카드사의 단종 카드 수는 올해에만 지난 8월까지 268종이었다. 지난해에는 202종이 단종된 바 있다.
이와 비교해, 현금 없는 사회가 익숙해지면서 카드 가맹점 숫자는 늘었다. 지난 2018년 1232만 곳에서 지난해 1270만 곳, 올 9월에는 1326만 곳으로 증가했다. 지난 2~3년간 가맹점은 100만 곳이 늘어났지만, 카드 혜택은 감소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서 카드사는 조달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게 됐고, 이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