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2부리그) 대전하나시티즌 미드필더 이현식(25)에게 올 시즌 마지막 경기를 앞둔 각오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대전은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1시즌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PO·홈 앤드 어웨이) 1차전 홈 경기에서 1부 팀 강원FC를 1-0으로 꺾고 승격에 한발 다가섰다. 대전은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2015년 이후 6년 만에 1부리그에 복귀한다.
이현식은 1차전 결승 골의 주인공이다. 후반 5분 강원 페널티 박스에서 수비 2명을 제치고 왼쪽을 돌파한 대전 마사가 골문 앞 이현식에게 정확한 패스를 내줬다. 이현식은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현식은 9일 전화 인터뷰에서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얼떨떨하다. 마사가 다 만들어줬고, 나는 슈팅만 했다. 우리 팀 동료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승 골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더 중요한 2차전이 남았다. 이민성 감독님이 '0-0이라는 생각으로 2차전을 준비하자'고 주문하셨다. 나도 승격을 확정한 뒤 마음껏 기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현식은 강원 출신이다. 2018년 강원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지난 시즌까지 3시즌을 뛰었다. 그는 지난 시즌 직후 군팀 상무에 지원했다. 1차 서류 심사에 합격했다. 마침 그때 대전이 입단을 제의했다. 이현식은 "이민성 감독님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팀이다. 함께 뛰고 싶다'며 입단을 제안했다. 나도 평소 투자를 아끼지 않는 대전 구단을 보며 뛰고 싶은 팀이라는 생각을 했다. 입대를 미루는 한이 있어도 축구 인생을 걸어볼 만한 도전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식은 상무 2차 실기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전으로 갔다. 그는 "2부 선수가 되는 게 자존심 상할 일은 아니었다. 내가 대전을 1부로 올리면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현식은 올 시즌 대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며 29경기에서 5골을 넣었다. 팀을 정규리그 2위로 이끌었다. 이현식은 "친정 팀 강원과 이렇게 빨리 맞붙는 일이 있을 줄 몰랐다. 1차전 시작 전 상대 선수들을 보니 아는 선후배들이 많았다. 내가 강원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승부는 승부"라고 강조했다.
승강 PO 2차전 12일 강원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이현식의 결승 골을 도왔던 마사 역시 강원 출신이다. 지난 6월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임대 선수로 대전에 입단했다. 이현식은 "마사가 1차전 골을 어시스트한 뒤 연신 '넣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시즌이 끝나면 한턱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내가 2부 대전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마지막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겠다. 대전의 1부행을 확정하는 골을 터뜨리겠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1년간 함께 울고 함께 웃어준 우리 홈 팬과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구단에 최고의 선물을 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