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적용한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입주민 간 시설 유지 관리비를 둘러싼 갈등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아너힐스 최고급 조경 시설. 현대건설
최근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보유한 아파트가 인기를 끌면서 관리비를 둘러싼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에 설치된 헬스장이나 골프연습장, 수영장 등을 사용하지 않는 입주 세대가 관리비에 포함돼 나오는 커뮤니티 시설 유지비를 왜 내야 하냐며 반발해서다. 이런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입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늘어난 관리비 갈등…"헬스장 유지비? 못내!"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신축 A 아파트는 관리비를 둘러싼 주민 간 불협화음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쟁점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인 헬스장 유지비다. 이 아파트는 헬스장 시설 유지 관리 및 입주민 편의를 위해 트레이너 한 명을 고용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그동안 헬스장 유지 비용 및 트레이너의 기본급을 관리비로 조달해 왔다.
그러나 순조로워 보이던 헬스장 운영은 약 2년 전 일부 입주민이 "우리는 시설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데 매월 1만원 수준의 헬스장 유지비를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한 입주민은 "관리비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었다. 대부분 커뮤니티 시설 운영비와 관련한 사항 때문이었다"며 "늦은 밤 입주민 대표에게 다른 생각을 가진 주민들이 몰려가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충청남도 당진의 B 아파트는 건물을 짓기도 전에 커뮤니티 시설로 수영장 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로 주민 간 목소리가 엇갈렸다. 이 아파트는 지방이지만 한 건설사가 수영장과 사우나, 골프연습장, 헬스장, GX룸, 도서관, 맘스카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적용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관련 온라인 카페 게시판은 커뮤니티 시설을 두고 주민 간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수영장은 돈 먹는 하마다. 비싼 동네 아파트도 얼마 못 가 문을 닫는다. 적자로 폐쇄될 것이 분명하다", "1100세대가 넘는데 300세대만 이용료를 내도 적자냐", "이 지역은 수영장이 별로 없어서 괜찮다" 등 견해차가 컸다.
서울 용산구의 C 아파트는 골프연습장과 수영장 등의 커뮤니티 시설을 갖춰 분양 때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문제는 입주 뒤 관리비 고지서가 나온 뒤 불거지기 시작했다. 500세대 남짓한 단지에서 화려한 커뮤니티 시설 유지비를 내기에는 부담이 컸던 탓이다.
신축 아파트 단지에 적용된 골프연습장 시설 전경.
치솟는 관리비에 민감 커뮤니티 시설은 해당 단지의 시세를 가름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세대 수 등을 고려하지 않고, 화려한 시설만 쫓다 보면 관리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고급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커뮤니티 시설이 잡음 없이 잘 운영되려면 1000세대 이상의 단지여야 한다"며 "세대수가 적은 편인데 수영장까지 보유할 경우 많게는 물값에 전기료, 각종 유지비로 3만~4만원 이상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령 25m 길이의 4레인 정도의 자그마한 수영장일지라도 제대로 관리 유지를 하는데 월 수천만 원이 든다. 안전요원 배치까지 포함하면 억 단위도 든다"고 했다.
유지비 문제가 입주민 간 갈등을 일으키자 일부 아파트에서는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개점휴업을 한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특히 분양할 때 인기가 좋은 실내 수영장은 유지비 때문에 폐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년 아파트 관리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비는 증가세다. 지난해 85㎡ 기준 아파트 관리비는 평균 19만9750원으로 2015년 17만8840원보다 11.7% 올랐다. 동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5.42%)보다 6.28%p 높은 수치다.
관리비 중 가장 많이 오른 부분은 공용관리비였는데, 2015년 ㎡당 894원에서 2020년 1109원으로 24% 증가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아파트 관리비에서 공용비용은 아파트 전체의 품질관리 및 운영을 위한 항목"이라며 "전체 관리비에서 공용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니카약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된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미니카약 놀이터’. GS건설 제공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 경쟁은 치열 입주민 간 갈등과 달리 건설사와 각 조합은 커뮤니티 시설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 조합은 대부분 주민 공동 편의시설에 공을 들인다. 고급화된 시설은 아파트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건설사는 수주전을 벌일 때 호화스러운 커뮤니티 시설만큼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방안도 드물기 때문에 더 몰두 중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재건축 '최대어'로 꼽혔던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수주전에서 DL이앤씨와 GS건설 등을 제치고 승자가 됐다. 현대건설은 한남3구역을 잡기 위해 차별화된 커뮤니티와 조경 시설을 제안했다. 한강을 조망하며 수영할 수 있는 인피티니 풀과 공동 주택 최다수종을 보유한 5㎞ 길이의 숲길, 해발고도 90m에 조성되는 입주민 전용 스카이워크 '용비어천가' 등 면면이 화려하다.
GS건설은 2024년 12월 입주 예정인 인천광역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송도자이 더 스타’에 자이 커뮤니티 시설인 ‘클럽자이안’을 들인다고 약속했다. 이곳에는 어린이, 학생을 위한 공간은 물론 스포츠 시설, 휴식 시설 등 테마를 나누어 조성될 예정이다. GS건설은 2009년 서초구 반포자이에 당시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수영장과 골프연습장을 갖춘 것을 시작으로 커뮤니티 시설 확충에 힘을 주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 114 연구원은 "커뮤니티 시설은 해당 아파트를 선택할 때 수요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부분은 맞다"며 "하지만 입주가 이뤄진 뒤 커뮤니티 시설 운영을 하면서 일부 엇박자가 있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