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항명 사태’ 중심인 조송화(28·사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사과 없이 자기 입장만 내세웠다.
조송화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국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참석해 관련 내용을 소명했다. 이후 취재진 앞에서 그는 “아직 구단 소속이라 어떤 말을 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은 의지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네”라고 짧게 답했다.
조송화 측 법률대리인 조인선 변호사는 항명 사태의 출발점인 무단이탈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조 변호사는 “당시 조송화 선수는 본인의 건강과 선수 생명을 관리해야 하는 부상 상황이었다. 구단과 감독에게도 그 내용을 알렸다”라고 주장했다.
조송화는 지난달 12일 KGC인삼공사전이 끝난 후 훈련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어 16일 열린 페퍼저축은행전은 선수단과 동행하지 않은 채 구단 관계자 차를 이용했다. 이틀 후 조송화의 팀 이탈 소식이 알려졌고, 서남원 전 감독과의 불화설도 수면 위에 올랐다. 이후 사령탑이 경질되며 사태가 일파만파 번졌다.
논란이 커지자 기업은행은 조송화와 결별을 결정했다. 지난달 20일 KOVO에 임의해지 공시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KOVO는 “선수가 서면으로 신청한 자료가 포함되지 않았다”며 공문을 반려했다. 그사이 마음을 바꾼 조송화는 신청서 작성을 거부했다. 결국 구단은 KOVO가 ‘징계의 근거’를 만들어주길 바라며 상벌위원회 개최를 요청했다.
이런 혼란에는 기업은행 탓도 있다. 이 사태가 처음으로 알려진 지난달 18일, 구단은 “(조송화는) 무단이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송화 측은 당시 갈등 봉합에 급급했던 구단의 대응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조 변호사는 “구단도 ‘조송화가 몸이 아파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자 기업은행은 “무단이탈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검토해야 한다”라며 한발 뒤로 물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조송화는 일을 키우고 있다. 취재진 앞에 설 기회가 있었지만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여자 배구는 지난 8월 끝난 도쿄올림픽에서 4강에 진출하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V리그는 쑥대밭이 됐다. 학폭(학교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이다영-재영 자매는 그리스 리그에 진출하기 전까지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 여론전에서 완패한 그들이 한국 무대에서 다시 뛸 가능성은 거의 없다. 조송화는 쌍둥이 자매가 저지른 대응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KOVO는 “이해 당사자의 소명 내용에 엇갈리는 부분이 많다. 수사권이 없는 상벌위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징계 결정을 보류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기업은행이 조송화를 자유신분선수로 공시할 가능성이 있다. 이때 계약 해지의 귀책사유가 어느 쪽에 있느냐에 따라 잔여 연봉(2022~23시즌 포함 약 4억원)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법정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