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1억명 이상 즐기는 글로벌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에는 특별한 한국 챔피언(게임 속 캐릭터)이 있다. 한국의 구미호 설화를 모티브로 만든 ‘아리’가 그 주인공이다. 아리는 2011년 LoL의 한국 서비스와 함께 출시돼 13일 10살이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는 아리는 한국 게이머에게 자부심을 심어줬을 뿐 아니라 한국을 넘어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게임 속 K-콘텐트의 파워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유일한 한국 헌정 챔피언 ‘아리’
아리는 LoL의 157개(13일 기준) 챔피언 중에서도 아주 특별하다. LoL이 지난 2011년 12월 12일 한국에서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날인 13일 선보인 것으로, ‘한국 헌정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현재 150여 개 챔피언 중 특정 지역의 서비스 출시를 기념해 내놓은 챔피언은 아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회사는 아리 탄생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름을 정할 때 한국 유저를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아리따운’이라는 형용사에서 이름을 따온 ‘아리’가 37%의 지지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 아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도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미국 게임사 라이엇게임즈가 아리에 공을 들인 것은 PC방 문화를 갖고 있고 e스포츠 강국인 한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특히 브랜던 벡 대표가 LA 한인타운의 PC방에서 온라인 게임의 매력에 빠지는 등 한국 사랑이 대단했다. 이는 미국 본사에 한국 PC방을 마련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PC방 이름도 ‘아리 PC방’이며 한국 스낵을 파는 자판기도 있다.
특별하게 탄생한 아리는 10년간 꾸준히 게이머의 선택을 받고 있다. 주로 미드 챔피언으로 선택되는 아리는 픽률이 톱10이었던 출시 초반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10~20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10년간 한국 넘어 글로벌 스타로
아리는 10년간 게임 속 캐릭터로만 머물지 않았다. 라이엇게임즈가 콘텐트 확장 차원에서 기획한 스킨·팬아트·애니메이션의 단골 주인공으로 등장했을 뿐 아니라 가수로도 데뷔했다.
특히 2018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e스포츠 대회인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 축하 무대에 가수로 등장해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아리는 LoL 인기 챔피언인 ‘아칼리’ ‘이블린’ ‘카이사’와 함께 가상 걸그룹 ‘K/DA’의 리드 보컬을 맡았다. 홀로그램으로 무대에 등장한 아리(목소리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미연)와 멤버들은 K팝에 영향을 받은 콘셉트와 안무, 데뷔곡 ‘팝/스타즈’를 선보여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당시 애플 아이튠즈의 K팝 차트 1위, 팝 차트 2위를 기록했으며 뮤직비디오는 이달 기준 4억7000만 회의 조회 수를 돌파했다.
아리의 가상 걸그룹은 작년 11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된 롤드컵 결승전에 맞춰 선보인 첫 정식 EP 앨범 ‘올 아웃’을 발표해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다. 타이틀 곡 ‘모어’의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 수는 1억2000만회를 넘었으며 빌보드 디지털 송 세이즈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아리는 라이엇게임즈가 유저들에게 게임 외 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제작하는 시네마틱 영상이나 애니메이션에서 주연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아리는 2014년 LoL 시네마틱 트레일러 영상 ‘여명의 시작’에 주인공으로 등장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전투신을 선보였고, LoL 챔피언의 세계관을 담은 애니메이션 ‘별 수호자’ 2017년 편에서는 미스 포춘·신드라 등 4명의 챔피언과 함께 등장해 별 수호자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적 미를 담은 아리의 스킨도 다양하게 나와 사랑을 받았다. 특히 ‘팝스타 아리’ ‘K/DA 아리’ ‘한복 아리’가 스킨 인기 순위에 자리했다.
"아리가 있어 자부심 느껴요"
게이머들은 LoL에 한국만의 챔피언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 뿌듯하다.
초창기부터 LoL을 했다는 한 유저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게임에 한국 설화를 모티브로 한 챔피언이 있는 것이 고맙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아리의 능력이 다른 챔피언과 비교해서 나쁘지 않아 플레이 시 자주 선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저는 “아리가 기부를 통해 우리 문화에 기여하고 있어 애정이 간다”고도 했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는 2014년 8월 ‘팝스타 아리’ 스킨 판매금 전액과 회사 기부금을 더해 8억7000만원을 문화재청에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국외 문화유산 반환과 국내 문화유산 구입 및 조선 왕릉 보호 활동 등에 쓰였다.
라이엇게임즈는 아리 10주년을 맞아 지난 9일 문화재청에 ‘아리’ 이름으로 8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또 오는 18일까지 아마추어 오픈 토너먼트 대회 ‘LoL 도네이션 컵’(이하 롤도컵)을 진행해 마련한 기부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전달할 예정이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국내 플레이어로부터 아리가 받은 많은 사랑을 기부금 형태로 보답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아리는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작년 10월 21일 ‘한복의 날’을 기념해 ‘아리따운 우리 한복’ 온라인 전시를 개최했다. 침선장·금박장 등 한복 장인들 및 한국화 작가와 함께 ‘한국 아리’ 스킨 속 한복을 실물로 제작해 선보였다. 유튜브에 공개된 이번 전시회 영상은 89만 회의 조회 수와 3만1000회의 좋아요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게이머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라이엇게임즈의 구기향 홍보총괄은 “한국의 구미호 전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챔피언 아리는 한국 플레이어들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매우 사랑받는 챔피언”이라며 “특히 한국 플레이어들이 지어준 이름을 비롯해 팝스타 아리, 한복 아리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한국 플레이어들의 아이디어가 담긴 스킨이 게임 내 판매 인기 최상위를 기록하는 등 한국적인 아이디어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총괄은 또 “아리가 LoL에서 중요한 챔피언이 된 것은 아리를 사랑하는 한국 플레이어들의 뜨거운 열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