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 부산이라 함은 바다요, 해운대고 광안리다. 내륙에 거주하는 이들에게 바다를 보는 시간은 특별하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차를 타면 겨우 4㎞ 걸으면 1시간 거리의 하늘 아래 같은 두 가지의 동해가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부산의 대표 두 개의 바다를 눈에 담는 방법을 전한다.
PLAY : 해운대서 걷고, 광안리서 '물멍'을 해운대를 끝에서 끝을 걷는 일은 지루하고 오래 걸릴 것 같았지만, 눈이 즐겁고 금방이었다. 해운대의 시작을 동백섬 앞 웨스틴조선호텔이라 하고, 반대편 끝을 시그니엘 부산 앞까지라고 했을 때다. 30분이면 걸어서 해운대를 정복할 수 있었다.
지난달 15일 부산은 아직 두꺼운 코트가 어울리지 않는 가을의 기온이었다. 코트를 한 손에 들고 모래사장을 밟으며 걷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은 파도 끄트머리에 발을 담그기도 하는 좋은 날씨였다.
맑은 햇살이 바다를 비추며 반짝이는 탓에 인상을 찌푸리며 사진을 찍기도 하며 해운대를 만끽했다.
또 이 시간이 길지 않았던 이유는 눈이 휘둥그레지는 호텔들이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희한하게 부산의 대형 호텔들은 해운대에 모두 모여있다. 가장 최근에는 그랜드조선 부산까지 합세하며 해운대를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
쭉 뻗은 호텔 가운데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시그니엘 부산까지 걸었다면, 최근 '사진 맛집'으로 유명해진 블루라인파크의 스카이캡슐을 타보는 것을 추천한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이 많이 찾는 곳이니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가는 것이 좋다.
부산 바다를 보며 타는 대낮의 스카이캡슐도 좋지만, 화려한 빛을 조망할 수 있는 밤도 멋지다. 미포 정거장에서 청사포까지 가는 캄캄한 철길을 따라가며 해운대를 둘러싼 호텔들이 만들어내는 야경을 감상하는 30여 분의 시간이 황홀하게 다가올 것이다.
천천히 걷기 좋은 해운대가 있다면, 모래사장에 털썩 주저앉아 '물멍'하기 좋은 곳은 광안리다.
광안리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해수욕장 전체를 둘러싸는 듯하게 가로막은 광안대교다.
해안선과 평행하게 바다에 떠 있는 듯한 광안대교는 해수욕장에서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가장 웅장하게 다가와 광안리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모두 앞에서 V를 치켜들며 스마트폰에 순간을 기록한다.
또 광안리 해수욕장을 따라 자리 잡은 수많은 카페가 있으니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광안리를 눈에 담아도 좋다. '뷰 맛집'을 자랑하며 광고하는 카페들이 걸음마다 하나씩 보인다. 혹은 테이크아웃 커피와 함께 모래사장에 앉아 '물멍'을 하는 방법도 있다.
광안리에 밤이 찾아오면 형형색색의 불빛이 광안대교에서 뿜어져 나오니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시간대별, 요일별, 계절별로 구분해 10만 가지 이상의 다양한 색상을 낼 수 있는 경관 조명 시설을 갖추었다.
광안리 해수욕장의 야경이 이미 부산의 대표 관광 콘텐트이긴 하나, 해질녘 광안리에 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한 하늘이 내려왔을 때 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없던 감성도 생기는 광경이 펼쳐진다.
EAT : 부산 가면 먹어야 한다는 이 '떡볶이' 해운대 하면 입에 오르내리는 떡볶이 맛집이 몇 군데 있다. 대표적인 곳이 '빨간 떡볶이'고 이어 '상국이네'도 순위에 오른다.
이날은 한산한 해운대 시장에 유일하게 사람이 모여 있던 상국이네 떡볶이를 찾았다. 2015년 SBS '백종원의 3대 천왕', KBS '2TV 저녁 생생정보' 등에서 떡볶이 맛집으로 소개된 곳이다.
전통시장 떡볶이답게 널찍한 판에 떡볶이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튀김은 종류별로 쌓여있고, 손님이 접시에 담아 내밀면 바로 튀겨주는 시스템이었다.
상국이네 떡볶이에서는 '광'이 났다. 물엿으로 떡볶이 단맛을 내는지, 진득한 소스가 특징이었다. 어묵은 야채가 콕콕 박혀있는 부산 특유의 어묵이었다. 달짝지근한 맛이 어묵에서도 느껴지고, 소스와 버무려져 '단짝'의 조화가 일품인 맛이다.
이를 맛본 한 여행객은 "크게 맵지도 않아 접근성이 높은 떡볶이 맛"이라고 표현했다.
광안리에는 tvN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방송되며 더 유명해진 부산 떡볶이 맛집 '다리집'이 걸어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부산 지하철 금련산역에서 걸어가면 10분 정도다.
다리집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이사한 탓에 오래된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깨끗한 인테리어로 손님을 맞았다.
주문 시스템은 서울 용산의 떡볶이 맛집으로 유명한 '현선이네'가 생각나는 곳이다. 선주문, 선불에 모든 것이 셀프인 곳이다.
이곳은 떡볶이를 주문하면서 꼭 오징어 튀김을 같이 시켜야 한다. 둘이 '세트'라고 할 정도로 합이 좋다.
떡볶이도 길쭉한 가래떡으로 나오고, 오징어 튀김도 통째로 튀겨진 큼직한 모습으로 접시에 무심하게 담아준다. 집게는 없지만, 가위는 제공하니 한입 크기로 툭툭 잘라 먹으면 된다.
다리집 떡볶이는 요즘 백화점에 입점하기도 해 전국에서 맛볼 수 있게 됐다.
STAY : 해운대, 광안리 정 가운데에 '파크하얏트 부산' 해운대에서도, 광안리와도 멀지 않은 곳에 파크하얏트 부산이 있다. 현지인보다 외지인이 많이 산다는 마린시티 내에 있다.
차를 타면 해운대까지 5분, 광안리는 10분이면 도착해 두 곳의 바다를 즐기기 좋다.
파크하얏트 부산은 통유리를 통해 탁 트인 바다, 광안대교 혹은 열 맞춰 정박한 요트 뷰를 자랑한다. 2019년에는 방탄소년단이 부산 팬미팅 때 숙소로 이용하기도 하면서 더 유명해졌다.
오션뷰 중에서는 광안대교가 보이는 객실과 요트가 보이는 객실 중 선택할 수 있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객실이 조금 더 비싸다.
탁 트인 뷰만큼 유명한 것이 조식이다. 32층 다이닝룸에서 즐길 수 있는 파크하얏트 부산의 조식은 음식이 훌륭하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
수십 가지의 뷔페 요리에는 '고급스럽다'는 수식어를 붙여줄 수 있을 정도고, 오믈렛이나 에그베네딕트 등 계란 요리나 커피는 따로 주문하면 자리로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침 식사를 광안대교 뷰를 보며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파크하얏트 부산의 조식이 유명한 이유였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