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제 제5호 판소리 ‘흥보가’의 이수자이자 국내를 대표하는 동편제 여류 명창인 김정민이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판소리로 뜨겁게 달궜다.
이탈리아 3개 도시 순회 공연에 나선 명창 김정민은 베네치아의 한 극장에서 판소리 ‘흥보가’ 완창 공연을 펼쳤다. 이날 삼삼오오 모여든 젊은 이탈리아 학생들은 공연장 문 밖에서 서성이며 강추위에도 공연장 문이 열리길 기다렸고, 공연장 문이 열리자 전체 188석의 객석이 빼곡히 채워졌다.
강형석 밀라노 총영사의 축사로 시작된 공연은 김정민 명창과 최광수 고수의 등장과 함께 큰 박수로 문을 열었다. 객석과 유난히 가까웠던 이번 베네치아의 공연장은 김정민 명창이 객석 청중과 에너지를 주고받기에 충분했다.
베네치아에 살고 있는 한국 교민들도 객석에 몇몇 있긴 했지만, 절대 다수를 차지한 것은 이탈리아의 젊은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명창의 한소절 한소절 판소리에 집중하며 즐거워했다. 기뻐하는 객석의 리액션으로, 김정민 명창과 최광수 고수 역시 더욱 힘을 얻었다고.
공연 관계자는 “일주일 동안 3번의 ‘흥보가’ 완창으로 인해 이미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을 터인데, 무대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명창과 고수는 남아있는 혼신의 힘을 다하려는 듯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무려 6번의 커튼콜이 이어졌다. 또한 공연 후에는 명창과 고수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이탈리아 팬들이 줄을 섰고, 몇몇 학생들은 프로그램북을 가져와서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이탈리아 여성은 사진을 찍으러 나왔다가 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김정민 명창을 끌어안으며 울먹였다. 그는 “알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Ksenia’라고 자신을 밝힌 한 소녀는 “마법 같은 밤이다, 가능하다면 매일 이 공연을 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네치아 한글학교의 피진자 교장은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이 너무 크게 느껴진 공연이었다”고 밝혔다. 베네치아의 이진구 한인협회장은 “이렇게 귀한 분들을 베네치아에서 모시게 되어 영광”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강형석 밀라노 총영사는 “밀라노의 교민들에게 김정민 명창을 모시고 밀라노에서도 공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들었다”고 전했으며, 2019년 밀라노 공연을 통해 김정민 명창을 만난 적이 있던 김태우 밀라노 부영사는 “시간이 지났지만 명창의 소리는 더욱 젊어진 것 같다”고 당시를 추억했다.
민정아 카 포스카리 대학 교수는 “김정민 명창을 베네치아 뿐 아니라 볼로냐에서도 모셔서 공연을 꼭 올리고 싶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공연장을 제공해준 M9 District의 대표인 안토니오 씨와 공연 담당자 실비아 씨는 “공연을 보면서도 너무 놀랐지만, 공연 이후 이탈리아 인들의 반응에 더욱 놀랐다. 김정민 명창과 같은 예술가를 모시게 되어 영광”이라며 “다시 한번 이곳에 모실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술가협회의 문선희 부회장은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다”라고, 음악인 협회의 유승남 사무총장은 “한국 음악을 잘 몰랐던 지난 날이 아쉽다. 오늘 공연의 기억을 오랜 시간 간직할 것 같다”라고 소회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