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우시 SK하이닉스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공장.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사업 인수를 사실상 확정 지으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패권 경쟁을 가속한다.
시장 기대감에 지난달 출범한 모회사 SK스퀘어의 주가도 오름세다. M&A(인수·합병) 전문가 박정호 SK스퀘어·SK하이닉스 부회장의 아웃리치(대외접촉)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 사업 인수·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전날 중국 다롄 자회사에 5조386억원을 대여한다고 공시했다. 또 미국 낸드프로덕트솔루션과 다롄에 각각 1조3512억원, 3조977억원을 현금 출자한다.
SK하이닉스는 "자산·영업·IP(지적재산권)·중국 펩(생산시설) 자산의 인수 대가 및 운영자금 제공에 필요한 출자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치우친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작년 10월 인텔 낸드 사업을 약 10조원에 양수한다고 발표했다.
시장 독점을 우려해 심사에 나선 8개국 가운데 중국의 판단이 관건이었다. 그러다 지난 22일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국(SAMR)은 SK하이닉스와 인텔 낸드·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사업 인수를 승인했다.
당초 중국이 자국 기술 제재에 나선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몽니를 부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다롄의 인텔 낸드플래시 공장을 출혈 없이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인수 건과 별개이지만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투자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정호 SK스퀘어·하이닉스 부회장. 이제 SK하이닉스의 입지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게 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일본 키옥시아가 점유율 각각 34.5%, 19.3%로 1, 2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3.5%로 3위에 올랐는데, 인텔의 점유율 5.9%를 흡수하면 근소한 차로 단숨에 2위를 꿰차게 된다.
이번 성과에는 박정호 부회장의 땀이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박 부회장은 물론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나서 중국 정부와 현지 관계자들을 오랜 기간 설득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구체적인 출장 내용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중국판 다보스'로 불리는 경제 국제행사인 보아오포럼에도 매번 참석해 정·재계 네트워크를 쌓았다.
핵심 자회사의 시장 확장에 맞춰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SK스퀘어의 주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 투자 전문 회사 SK스퀘어는 시초가가 기준가보다 높게 형성된 탓에 이달 중순까지 조정 기간을 거치며 주가가 7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다 지난 22일까지 1주일 동안 16% 넘게 오르며 6만원대로 복귀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