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은 지난 24일 NC 다이노스와 4년, 최대 64억원(계약금 26억원, 연봉 30억원, 인센티브 8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2007년부터 몸담았던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를 떠나 지역 라이벌 NC로 이적, 프랜차이즈 스타 타이틀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하지만 두둑한 금전적 보상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손아섭의 NC행이 발표된 뒤 야구계 안팎에선 “예상보다 높은 금액”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손아섭은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인기가 많지 않았다. 같은 외야수인 나성범(KIA 타이거즈) 김재환(두산 베어스) 김현수(LG 트윈스) 등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앞서 세 선수가 100억원 이상의 잭폿을 터트릴 때도 행선지가 불명확했다. 롯데가 손아섭에게 제시한 조건(총액)도 NC와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결과적으로 손아섭의 몸값을 키운 건 박해민(LG 트윈스)이었다. 나성범의 잔류가 어렵다고 판단한 NC는 그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외야수 FA 시장에 주목했다. 그러나 첫 번째 영입 타깃이던 박해민이 지난 14일 LG와 4년, 총액 60억원에 계약하며 시장을 빠져나갔다. NC는 같은 날 두산에서 FA로 풀린 외야수 박건우를 영입하며 1차 전력 보강을 마쳤다. 하지만 외야수가 한 명 더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움직였고 손아섭에 거액을 투자했다. 박해민이 NC와 계약했다면 손아섭의 거취는 여전히 물음표였을지 모른다.
4년 전에도 손아섭은 다른 계약의 영향을 받았다. 첫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2017년 11월 롯데 주전 포수였던 강민호가 삼성 라이온즈와 계약, 팀을 떠나는 돌발 변수가 터졌다. 순식간에 주전 포수를 잃은 롯데는 내부 FA 손아섭과 4년, 총액 98억원에 계약했다. 롯데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외부 FA 민병헌과 4년, 총액 8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 야구계에선 '강민호를 잃은 롯데가 '패닉 바이'를 했다'는 얘기가 꽤 많았다. 강민호 이적이 촉발한 FA 시장의 '방아쇠 효과'가 손아섭에게는 나쁘지 않은 결과로 연결됐다.
FA 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 때론 어떤 선수가 먼저 계약했느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두 번의 FA 계약으로 162억원을 따낸 손아섭이 이를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