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중고차 금융 상품에 수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너도나도 '자동차 금융 플랫폼'을 띄우고 있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전날 자동차 금융 통합 플랫폼 '우리WON카'를 출시했다.
우리WON카에서는 '나의 대출한도' 기능으로 우리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의 신차 대출은 물론이고 중고차 대출, 신용대출 등 금융상품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또 주어진 질문에 답하면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우리WON Pick', 본인 명의의 차량번호를 등록하면 차량 정보, 내 차 시세, 정기 검사 일정 등 차량 관리를 해주는 서비스 '우리차고'도 추가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WON카는 고객이 쉽고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며 "향후 자동차 정비 및 주차 등 생활밀착형 차량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신차·중고차 등 대출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 서비스를 시작했다면, 다른 금융사들은 이보다 앞서 움직이고 있다.
하나금융은 앞서 이달 초 신차 가격과 각종 금융지원 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신차 견적 서비스를 하나은행 앱 '하나원큐' 안에 넣었다. 자동차 금융 플랫폼 '카동'과 업무 제휴를 통해 소비자의 차종과 옵션에 따른 견적을 산출하고, 세제 혜택 및 각종 지원금 제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구입 차량의 잔존가치와 금융 현황을 분석해 중고차 매각 시점을 알려주는 ‘내차 판매 타이머’도 설정할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최근 비대면이 보편화됨에 따라 고객의 편의성 증대와 합리적 자동차 구매 지원을 위해 신차 견적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하나은행은 자체 중고차 직거래 플랫폼을 갖고 있다. 역시 '하나원큐' 앱에서 제공하는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를 지원 서비스 '원더카 직거래'다.
'원더카 직거래'는 동호회 등 중고차 직거래 장터에서 이뤄지는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에 대해 신뢰성과 편의성을 더해주는 플랫폼 서비스다.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개인 간 중고차 직거래에 대해 오토금융을 제공하는 것이다.
간편한 모바일 기반 차량 명의이전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오프라인 서류제출 및 차량등록사업소 방문 등 불편함을 해소했다. 또 직거래 차량에 대한 무료 체크(보험사고 이력, 침수·압류 여부 등), 차량 동행 점검부터 차량 정비 서비스, 원거리 탁송까지 원클릭으로 모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자동차 금융 시장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곳은 신한금융이다. 지난해 10월 신한금융은 신한은행의 ‘마이카’와 신한카드의 ‘마이오토’를 통합해 오토 금융 플랫폼 ‘신한 마이카’를 선보였다. 신한 마이카는 신차와 중고차 대출, 리스, 렌트, 할부금융 등 상품을 한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이에 신한 마이카의 취급액은 고공 행진하며 1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취급액은 약 1년 만에 7000억원으로 치솟았고, 월간 순 방문자 수(MAU)는 지난 9월 50만명에서 60만명으로 20% 상승했다.
또 지난달에는 신한 마이카를 업그레이드해 믿을 수 있는 중고차 매물을 소개하는 ‘인증 중고차’ 서비스도 추가했다.
KB국민은행에서는 'KB매직카 대출'로 신차·중고차부터 최근에는 캐핑카 대출까지 나서며 오토 금융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KB캐피탈의 자동차 종합 디지털 플랫폼인 'KB차차차'가 누적 회원수 150만명을 기록하며 중고차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
금융업계가 이처럼 중고차 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것은 국내 중고차 거래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차 거래 대수는 전년보다 7.2% 늘어난 387만4304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시장 규모는 26조3000억원에 이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요즘 신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중고차를 찾는 고객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게다가 MZ세대 사이에 자동차 수요가 높아 이 세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이런 중고차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