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한국 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경기위원장이 경질됐다. 개막 이전 이벤트 대회에서의 금품 수수와 개막전에서 생긴 특정 선수 봐주기 의혹 때문이었다.
KPGA가 꼭꼭 덮어 놓은 더 큰 문제도 있었다. 지난 3월 시니어 투어에서 선수들 담합에 의한 스코어 조작 사건이 있었는데, KPGA와 경기위원회는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12월 발행한 이사회 회의록과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A선수는 영구 자격 정지, B선수는 5년 정지와 벌금 5000만원, C선수는 3년 정지와 3000만원, D 선수는 6개월 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다. 일부 시니어투어 선수와 경기위원은 “캐디까지 매수해서 담합했을 가능성이 큰, 매우 심각한 사건이어서 더 무거운 징계가 내려져야 했다”고 주장했다.
위원장 교체 후에도 굵직한 사고가 거푸 있었다. 지난 8월 프로테스트 2차전에선 경기 도중에 로컬룰이 바뀌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중 규칙이 변경된다면 먼저 친 선수와 나중에 친 선수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은 것이므로 경기 취소사유가 된다. KPGA 경기위원회는 “실수로 생긴 해프닝으로 다시 정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이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선수는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11월 열린 3차 프로테스트에서는 더 큰 사고가 터졌다. 경기위원회는 안개 때문에 라운드를 취소했다가 이를 번복했고, 이에 대한 반발이 나오자 10명을 추가로 선발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A조에는 25명, B조에서는 35명을 선발하게 됐다. 확연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버렸다.
두 사례는 골프에서 가장 기본적인 공정성의 원칙을 훼손한 사건이었다. 이에 따라 또 소송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3월 일어난 스코어 담합 사건 같은 건 위원회가 아니라 선수의 잘못이지만 “친한 선수를 한 조에 묶어주는 것 같은 잘못된 관행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지적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KPGA와 경기위원회의 어려움은 안다. 예산이 적어 골프장을 경기 시간에 맞춰 빌리니 날씨가 좋지 않으면 급한 마음에 우왕좌왕하다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큰 실수가 반복되는 건 구조적인 문제다. 기자는 경기위원회가 규칙과 경기 운영에 자신이 없어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가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
두 가지가 문제다. KPGA의 경기위원 선발 규정에는 골프 규칙 시험 규정이 없다. 규칙을 잘 몰라도 인맥이 좋으면 경기위원이 될 수 있다. 실력이 없으면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데, 이를 만회하려고 힘센 사람에게 줄을 대야 하니 공정성도 떨어진다.
또 다른 문제는 KPGA의 경기위원이 모두 회원이라는 점이다. 사법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골프 실력도 뛰어나다는 보장이 없듯, 골프 실력이 좋은 사람이 (경험이야 더 많겠지만) 규칙을 더 잘 이해한다는 보장은 없다. 박노승 전 대한골프협회 경기위원은 “경기위원을 KPGA 회원 중에서만 뽑는 것은 일종의 동종교배다. 선후배, 스승-제자 사이로 얽혀 있어 여러 가지 문제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KLPGA는 골프 규칙 시험을 참고해 경기위원을 뽑고, 비회원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다. 오심이 거의 없다.
경기위원 선발 같은 건 겉보기에는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는 투어를 지탱하는 중요한 뿌리라고 본다. KLPGA는 건강하고 거대한 뿌리를 가졌는데, KPGA의 뿌리는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