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기(왼쪽)이 이승현을 앞에 두고 슛을 시도하고 있다. 고양=김민규 기자 ‘베이비 헐크’ 하윤기(22·2m3.5㎝)가 ‘두목 호랑이’ 이승현(29·1m97㎝)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
프로농구 수원 KT는 지난 28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고양 오리온을 88-74로 꺾었다. ‘통신 라이벌’ 서울 SK와 선두권을 경쟁을 벌이고 있는 KT는 이날 경기 승리로 4연승을 내달려 리그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아울러 오리온을 상대로는 3전 전승으로 천적 관계를 형성했다.
하윤기가 오리온의 중심이자 리그 최고 센터 이승현과 맞붙는 것이 경기 관전 포인트였다. 하윤기는 넘치는 파워와 탄력 있는 점프로 '베이비 헐크'라 불린다. 지난 1·2차전 KT가 오리온을 꺾은 요인에는 하윤기가 이승현을 잘 막아줬기 때문이다. 서동철 KT 감독도 이날 경기 전 “오늘도 하윤기가 이승현을 묶어야 하고 묶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하윤기는 감독의 주문에 응답했다. 하윤기는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28분 21초 동안 뛰며 14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2블록슛으로 소위 ‘풍성한 기록지’를 써냈다. 야투 성공률은 83%(5/6)를 기록했다. 반면 이승현은 하윤기와 같은 14점을 올렸지만, 야투 성공률이 41%(7/17)였다.
이승현과 거친 몸싸움으로 맞서며 높이 싸움을 벌였다. 하윤기가 압도적인 우세를 이어간 건 아니지만 몸싸움에 능한 이승현에게 쉽게 밀리지도 않았다. 이승현의 패스를 스틸하기도 했으며 밀착 수비를 통해 공격 시간을 끌었다. 하윤기가 이승현을 마크하는 사이, KT의 삼각편대(캐디 라렌+양홍석+허훈)는 49점을 합작했다.
경기 후 양팀 사령탑은 하윤기를 콕 집어 언급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하윤기나 라렌 등 높이를 극복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서 감독은 “이승현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하윤기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이승현이 (하윤기를) 거북해하는 모습마저 보였다”며 하윤기에게 극찬을 마다치 않았다.
하윤기는 고려대 선배 이승현을 치켜세우면서도 맞대결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물론 승현이 형과 상대하는 건 힘이 든다. 100%를 쏟아야만 잘 되는 것 같다”면서도 “앞서 1·2라운드 때 계속 붙어봐서 이번에도 힘에서는 크게 안 밀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버텼다”고 패기 있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