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가대표 중견수 박해민이 이적했다. 박해민은 삼성과 FA(자유계약선수) 잔류 협상을 했지만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을 제시한 LG 손을 잡았다. 그의 이적으로 사자군단 중견수 자리는 무주공산이 됐다. 박해민은 지난 시즌 중견수로 팀 내 최다인 989와 3분의 2이닝을 뛰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중견수로 1000이닝 이상 소화한 부동의 주전이었다.
대안은 크게 두 가지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박해민의 공백을 채우는 방법으로 "김헌곤을 중견수로 옮기는 것과 신예 선수를 기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김헌곤의 주 포지션은 좌익수다. 하지만 박해민이 결장한 경기에서 중견수로 뛴 경험이 있다. 지난해에도 중견수 선발 출전이 16경기나 된다. 김헌곤이 중견수로 이동하면 좌익수로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나 김동엽을 투입, 타선에 무게감을 더할 수 있다. 관건은 수비다. 중견수는 외야수 중 수비 범위가 가장 넓다. 빠른 발과 기민한 타구 판단이 필요하지만 김헌곤의 수비 디테일은 박해민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견수 자리가 익숙하지 않아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김헌곤의 포지션 이동이 아니라면 김성윤(23) 박승규(22) 김현준(20)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계획이다. 김성윤은 키가 1m63㎝로 팀 동료 김지찬과 함께 리그 최단신이다. 하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처럼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닌다. 지난해 2군(퓨처스리그) 6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1(249타수 80안타)를 기록했다.
박승규는 1군 백업 경험이 풍부하다. 2020년 91경기, 지난해에는 59경기를 뛰었다. 타격보다 수비가 강점. 여러 차례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로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찍었다. 박해민이 꼽은 '포스트 박해민'이다. 박해민은 LG 이적이 결정된 후 박승규에게 "너한테는 또 다른 기회다. 잘해서 라이온즈의 중견수를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해줬다.
중견수 경쟁의 복병은 프로 2년 차 김현준이다. 개성고를 졸업한 김현준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9라운드 전체 83순위로 입단했다. 계약 당시엔 큰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2군에서 타율 0.372(129타수 48안타)를 기록, 두각을 나타냈다. 2군 마지막 4경기에선 타율 6할(20타수 12안타)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스프링캠프에서 주목할 다크호스 중 하나다.
삼성은 박해민이 떠난 뒤 중견수 한 자리를 놓고 무한경쟁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허삼영 감독은 "캠프 시작하면 연습경기를 통해 최적화 라인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