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34)가 한국에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두산은 지난 5일 “페르난데스와 계약에 합의했다. 여권 재발급 과정 중에 있어 절차가 완료된 후 발표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자세한 계약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2019년 이후 4년 연속 KBO리그 무대에서 뛰게 됐다.
페르난데스는 독특한 스타일의 외국인 타자다. 주로 지명타자로 출장하지만, 홈런 타자가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평균 홈런이 17개에 불과하다. 주력도 느린 편이다. 대신 콘택트 능력이 독보적이다. 지난 세 시즌 동안 566안타를 치며 리그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첫 두 시즌 동안 197안타, 199안타를 치며 200안타에 도전했던 페르난데스는 지난해 170안타로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다. 0.340을 넘던 타율도 0.315로 주춤했다.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페르난데스의 콘택트%는 88.8%(스탯티즈 기준)로 오히려 지난 3년 중 가장 높았다. 볼넷 비율은 가장 높았고, 삼진 비율은 가장 낮았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기량이 떨어졌다고 판단하기엔 조금 이르다. 정규시즌 아쉬움은 포스트시즌 활약으로 대신했다. 가을 내내 타율 0.438(48타수 21안타)을 기록하며 팀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정규시즌 하락세에 재계약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여전한 기량을 증명하며 다시 한번 KBO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이제는 장수 외국인 타자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제이 데이비스, 틸슨 브리또, 제이미 로맥, 타이론 우즈, 클리프 브룸바, 멜 로하스 주니어, 카림 가르시아, 펠릭스 호세, 제라드 호잉까지 총 9명의 외국인 타자들이 4시즌 이상 KBO리그에서 뛰었다. 페르난데스는 3시즌 동안 다른 외국인 타자들보다 건강하고 꾸준했다. 매년 140경기 이상, 통산 429경기(역대 외국인 선수 8위)에 출장하며 두산 타선을 지켰다.
다만 페르난데스가 뛰게 될 환경이 예전과 같지만은 않다. 두산은 지난해까지 중심 타선을 지켜주던 박건우(NC 다이노스)가 이적하면서 타선에 구멍이 생겼다. 빈 중심 타선의 자리는 외국인 타자가 해결해야 한다. 200안타를 노리던 2019~2020년 성적이라면 몰라도, 지난해 성적으로는 다소 부족하다. 페르난데스와 재계약을 선택한 두산에는 그의 부활이 절실하다.
공격력을 살리지 못한다면 지명타자 포지션이 팀과 선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박건우를 놓친 두산은 수비력보다는 타격이 장점인 FA(자유계약선수) 외야수 김재환을 4년 115억원에 붙잡았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김재환은 향후 언제든 지명타자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김재환에게 지명타자를 내준다면 페르난데스는 갈 곳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수비를 소화하는 1루수에는 지난해 주전으로 도약한 양석환이 버티고 있다.
젊은 선수들로 이뤄질 리툴링(retooling. 성적을 유지하면서 진행하는 선수단 세대교체 작업)도 변수다. FA 유출이 많았던 두산은 젊은 야수들을 1군에서 대거 기용하고 있다. 지난해 존재감을 드러낸 김인태, 강승호, 박계범 등에 더해 주 포지션이 1루수인 강진성도 중용될 전망이다. 두산이 내년 이후 타선을 이들에게 맞게 재구성한다면, 새 타선에 필요한 수비 포지션을 갖춘 새 외국인 타자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