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차기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책임경영 의지 없이 자사주를 대량 매도해 400억원이 넘는 이득을 취한 것이 원인이다. 노조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기업 신뢰도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10일 카카오는 "지난 2021년 11월 25일 당사의 신임 공동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후보자가 2022년 1월 10일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재공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류 대표가 지난달 10일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한 지 한 달,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지 한 달 반만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본지에 "카카오 이사회는 최근 크루들이 다양한 채널로 준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숙고해 이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카카오는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오는 3월로 임기가 끝나는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체제를 여민수·류영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할 방침이었다.
그런데 류 대표가 카카오페이 증시 상장 약 한 달 뒤에 임원들과 자사주 900억원어치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었다. 류 대표는 약 469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 주식이 대거 쏟아지면서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 경영진 매각 소식이 전해진 뒤 카카오, 카카오페이 주가가 모두 2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카카오 노조까지 신임 대표 내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창사 이래 첫 쟁위행위까지 예고했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서승욱 카카오 노조지회장은 "카카오페이 구성원들은 법정 근로시간 한도를 초과하고 포괄임금제로 연장근로수당 또한 제대로 받지 못했으나 회사의 성장을 위해 묵묵히 참고 일해왔다.
이번 사태로 구성원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감히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다"며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었고 무척 안타깝다. 이제는 회사∙노동조합 모두 구성원들의 상처 회복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류영준 대표는 2011년 카카오에 개발자로 입사해 보이스톡,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국내에 안착시켰다. 2017년 1월부터 카카오페이의 대표를 맡아 생활 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계속해서 선보였다. 오는 3월까지 카카오페이 대표직은 유지한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