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지난 15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5라운드 경기에서 용인 삼성생명을 연장 접전 끝에 81-72로 꺾었다. 최근 2연승을 달리며 2위 신한은행과 격차를 반 경기로 줄였다.
우리은행은 올 시즌 하락세를 탔다.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던 가운데 부상에 시달렸다. 라이벌 청주 KB가 리그 에이스 박지수와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강이슬을 앞세워 리그 선두를 독주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여기에 2위 자리까지 위태했다. 중하위권 팀들이 주저앉은 가운데 인천 신한은행과 2위 싸움을 벌였지만, 맞대결에서 패하는 등 분위기를 내주면서 3위로 내려앉았다. 여자농구 최강을 자랑하던 전통의 강호다운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령탑도 고민에 빠졌다. 위성우 감독은 13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지현을 가리켜 “한 명(박지현)을 빼면 모두의 수비 의식이 좋았다”고 웃으며 “박지현은 언니들이 오랫동안 맞춰온 수비에 대해 더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 감독은 이어 “지난 시즌에는 박혜진이나 김정은이 부상이었어도 선수들이 잘해줬다”며 “그래서 시즌 준비가 덜 됐음에도 막연하게 잘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자책했다. 그는 “준비해야 할 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그동안 그래서 경기력 기복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달라진 최근 2경기를 이끈 건 베테랑들이다. 13일 부산 BNK전에서는 부상에서 돌아온 김소니아가 3점 슛 4개를 포함해 22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를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BNK의 약점이었던 외곽 수비를 무너뜨렸고, 1쿼터부터 연속 7득점을 올리며 일찌감치 우리은행이 리드할 수 있게 만드는 선봉장이 됐다.
이어 16일에는 또 다른 베테랑 박혜진이 힘을 냈다. 박혜진은 34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 경기 개인 커리어하이를 경신했다. 13일 경기에서 통산 5000득점을 기록하고도 당일 5득점으로 큰 활약하지 못한 박혜진은 이날만큼은 달랐다. 돌파로 올린 첫 득점을 시작으로 연장전까지 맹활약을 이어갔다. 삼성생명이 추격하는 고비마다 미드레인지 점퍼에 공격적인 골 밑 공략, 정확한 3점 슛을 쏘며 우리은행의 리드를 되찾았다.
김정은도 힘을 보탰다. 김정은은 16일 7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두 자릿수 기록은 없었지만,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통산 대기록도 달성했다. 이날 전까지 통산 499경기에 출장했던 김정은은 이날로 개인 500경기 출전 기록을 완성했다. 2005년 본인이 데뷔전을 치렀고 200경기와 300경기, 6000득점과 7000득점, 1000어시스트를 모두 달성했던 용인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다시 한번 세웠다.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가 세운 역대 1위 출장 기록(600경기)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
남은 시즌 1위 탈환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1위 KB는 잔여 경기에서 3승만 거둬도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한다. 반면 2위는 다르다. 신한은행과 격차는 반 경기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이 16일 KB와 맞대결에서 패한다면, 공동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승부사’ 위성우 감독이 있는 우리은행이라면 2위 탈환 후 봄 농구에서 반전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