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채널만큼 흔한 시청 수단이 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즉 넷플릭스, 티빙, 유튜브 등의 플랫폼이 시청 패턴을 바꾸고 있다.
콘텐트 시장의 지형 변화에 이어 보고 싶은 때, 원하는 속도로 시청할 수 있는 내 맘대로 시청이 가능하다. 60분 기준의 드라마를 1배속의 정상 속도가 아닌 1.25배속, 1.5배속, 2배속까지 재생 속도를 입맛에 맞게 설정하는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래 속도보다 빠르게 영상을 보는 것은 주도적인 시청 패턴 중 하나이며, 이런 상황이 TV 등 전통 매체의 위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는 다양한 콘텐트가 뷔페식으로 공개된 OTT 플랫폼에서 빠른 시간 안에 보고 싶은 콘텐트를 보기 위함이다. 배속으로 콘텐트를 즐겨 보는 이들은 “보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이 한정돼있어 빠르게 본다”, “배속으로 보다 보니 정속은 너무 느리게 느껴져 TV 방송을 보지 않게 됐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액션 작품은 제 속도로 시청하나 그 외 영상들은 모두 빠르게 시청한다”, “이야기 전개에 집중하면 배속이 성향에 맞는다”는 등 배속 시청 취향에 입을 모은다.
‘배속 시청’ 외에도 마치 책장을 넘기듯 영상을 ‘10초’ 단위로 스킵(Skip)하며 빠르게 시청하거나 유튜브 등에 올라온 ‘요약본’ 영상으로 콘텐트를 소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젊은 층에서 주로 이 방법을 선호하는 편인데 드라마, 예능 등 TV 프로그램을 유튜브 클립 영상으로 시청하면 다 보지 않아도 주요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비판의 목소리도 물론 있다. 정해진 속도에 맞춰 콘텐트를 시청하지 않는 것은 창작자의 의도에 어긋난다는 것. 디즈니+ 등 배속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플랫폼도 있다.
이에 대해 책을 읽을 때 속독과 정독 등 다양한 방식이 있듯 영상 콘텐트 소비도 마찬가지라는 반박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도 배속 시청은 콘텐트를 주도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이들이 가진 성향을 반영한다고 보고 있다. 또 전통매체는 이로 인해 맞게 될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배속 시청은 시대에 맞는 시청 패턴이자 주도적인 소비 성향을 반영한다. 과거에는 수동적 소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시청자가 선택하는 소비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OTT 이용의 확산 이후 TV 본방송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도 새로운 시청 패턴의 등장과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지상파 등의 전통 매체들이 플랫폼의 힘에 의존하기보다 콘텐트 중심의 사업으로 움직이는 이유다.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재생 속도의 조절로) 시청자들은 콘텐트에 대한 또 다른 지배력을 확보했고, 원하는 방식대로 소비함으로써 콘텐트를 확실하게 통제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주 수동적이고 보수화된 시청층은 올드 미디어의 시청패턴에 큰 불만이 없지만 얼마 가지 못할 것”이라면서 “전통 매체들은 자신들의 마주한 위기를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