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연기하는 법을 모르는 게 분명하다.
배우 정만식이 SBS 새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 특별출연해 호연을 펼쳤다.
정만식은 지난 14일 첫 방송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동부경찰서 강력반 반장 박대웅으로 등장해 눈부신 활약을 선보였다.
박대웅은 최화연의 살해 용의자를 그의 남자친구 방기훈(오경주)으로 단정 지었다. 방기훈이 최화연 사망 추정 시각에 살인 현장에 있었고 폭행 전과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박대웅은 거듭 무죄를 호소하는 방기훈에게 폭력을 가해 거짓 자백을 받아내고 현장 검증까지 강행하며 본격적인 갈등을 야기했다. 진범을 찾으려는 송하영에게는 “다 끝난 사건에 초 치지 마라. 당부 아니고 경고다”라며 진실을 외면했다.
또한 송하영이 연쇄 성폭행범 양용철에게 영치금을 주고 조언을 구하자 “정말 망신스럽다. 내가 잡아넣은 범인을 범인이 아니라고 다시 쑤시고 다니는 거, 나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여도 되겠냐”며 소리쳤다.
그러던 중 10대 소년 조강무(오승훈)가 진범임이 밝혀졌고 방기훈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는 사실에 경찰을 향한 비난이 커졌다.
정만식이 연기한 박대웅은 자신의 수사 경력을 믿고 섣부른 판단을 고집하며 송하영과 끊임없이 대립한 인물.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의 배경인 1990년대에는 범죄자의 행동 유형, 심리 등을 분석하는 수사 기법이 흔치 않았기 때문.
겉으로 드러난 증거만을 믿었던 박대웅과 범인의 마음을 읽는 송하영, 한 치의 물러섬 없는 두 사람의 팽팽한 기싸움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숨죽이고 이들의 말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정만식은 노련한 연기 내공으로 시대를 고스란히 반영한 캐릭터를 위화감 없이 그려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등장마다 보여준 서늘한 표정과 분노에 찬 대사로 분위기를 순식간에 냉각시키는 정만식의 독보적인 아우라는 드라마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이처럼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 특별출연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명품 배우로서 존재감을 떨친 정만식은 올 상반기 방송 예정인 JTBC ‘인사이더’와 KBS 2TV ‘미남당’ 출연을 확정 짓고 촬영에 임하고 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