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보통 이전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새 목표를 정한다. 부족한 점을 보완하거나, 저조했던 기록을 끌어올리려고 한다. 대개는 더 높은 위치를 바라본다.
KT 위즈 주전 중견수 배정대(27)는 조금 다르다. 성적이 떨어진 쪽은 타격이다. 2020시즌 타율 0.289를 기록했지만, 2021시즌은 0.259였다. 장타율도 0.420에서 0.378로 낮아졌다. 하지만 배정대는 2022년 목표에 대해 "타격보다 (외야) 수비를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수비 기록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2020시즌 0.987였던 수비율은 2021시즌 0.991로 올랐고, 실책도 5개에서 3개로 줄었다. 13개였던 어시스트(보살·타자주자 또는 주자가 풋아웃을 당하는 데 기여한 야수에게 주어지는 기록)는 7개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강한 어깨를 보여줬다.
배정대는 "많은 선수가 매년 타격 기록에서 커리어하이를 노릴 것이다. 그러나 기량이 정체되는 시기를 겪는 것도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숫자에 너무 연연하기보다는 반드시 잘해야 하는 부분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야구를 꾸준히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2019시즌까지 백업 선수였던 배정대는 2020년 스프링캠프에서 크게 좋아진 타격 능력을 보여주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개막 후에도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은 이유는 분명 공격력 향상이다.
하지만 배정대는 수비력을 더 강조한다. 안정감 있게 KT의 가운데 외야를 지키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한다. 수비력만큼은 리그에서 정상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배정대가 타격 성적을 좇지 않게 된 배경이 있다. 지난해 은퇴한 '롤모델' 유한준을 수 년 동안 옆에서 지켜보며 어떤 자세로 야구를 해야 할지 정립했기 때문이다.
배정대는 "(유)한준 선배님은 결과나 성취도에 연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목표한 야구를 걸어가셨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내가 잘할 수 있는 야구'를 실현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한준은 화려하진 않지만, 헌신적인 자세로 팀을 이끈 선수다. 배정대는 그런 선배를 보며 누구나 자신만의 야구로 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수비 강화를 첫째 목표로 내세웠다. 배정대는 "지난해 펜스 앞 플레이에 문제가 있었다. 보살도 100이닝에 1개꼴 정도 해내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타격도 소홀할 생각은 없다. 매년 전 경기 출장, 3할 타율 진입에 도전한다. 배정대는 "작년 타격 기록은 분명히 안 좋았다. '2년 차 징크스를 겪었다'며 가볍게 보지 않는다.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