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한국 남자 피겨의 간판 차준환(21·고려대)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베이징에 입성하게 됐다.
차준환은 지난 23일(한국시간) 에스토니아 탈린의 톤디라바 아이스 홀에서 막을 내린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4대륙선수권대회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점인 98.96점을 획득한 그는 23일 프리스케이팅에서 174.26점을 기록, 총점 273.22점으로 일본의 도모노 가즈키(268.99점)와 미우라 가오(251.07점)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그의 우승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한국 남자 싱글 선수가 4대륙 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메달을 딴 것도 차준환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여자 싱글에서만 2009년 김연아(금메달) 2020년 유영(은메달)이 메달을 획득했고, 이번 대회에서 이해인(은메달)과 김예림(동메달)이 3·4번째로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4대륙 대회에는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불참했다. 다음달 개막하는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과 일본 등이 이번 대회에 2진급 선수를 파견하면서 네이선 첸(미국), 하뉴 유즈루(일본) 등이 나서지 않았다.
올림픽 모의고사를 치르기로 한 차준환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컨디션을 점검하고 자신감을 찾았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 가까이 국내에서 홀로 훈련했다. 캐나다에 머무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에게 영상을 보내 가끔 이야기를 주고받을 뿐이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입상이 유력한 네이선 첸, 빈센트 저우(이상 미국)가 코치와 훈련하는 것과 비교하면 차준환은 제대로 된 지도를 받을 수 없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피겨를 시작한 뒤 처음 경험하는 생소한 환경이었다. 코로나19 탓에 한동안 국제대회에 나서지도 못했다.
올림픽 한 달까지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개인 최고점을 경신했다. 종전 최고점은 2020 4대륙대회에서 작성한 265.43점이었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7.79점을 끌어올린 273.22점을 기록했다.
차준환은 4년 전 평창 동계올림픽에 17세로 남자 싱글 출전 선수 중 가장 어린 나이에 출전해 15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선수 국내 선발전에서 모두 우승하며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의 이번 올림픽 목표는 '감동을 주는 연기'다.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친 국민에게 자신의 연기로 조금이나마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고 싶어한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가 베이징 올림픽과 남은 시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훈련해 왔는데 메달을 따게 돼 만족스럽다"면서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게 됐다. 다음 단계인 올림픽을 향한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