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23·KT 위즈)가 프로 데뷔 후 가장 바쁜 겨울을 보내고 있다. 2021년 KT의 통합 우승을 이끈 그에게 방송 섭외가 쏟아졌다. 인기 TV·라디오 프로그램에 차례로 출연했다. 야구 콘텐트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들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 가요 시상식에는 시상자로 나서기도 했다. 절친한 선배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와 찾은 농구장에서도 방송사의 공식 인터뷰를 요청받을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강백호는 지난달 일간스포츠가 진행한 토크쇼(ㅋㅌ쇼-우승 비밀 대방출)에서 재치 있는 입담을 뽐냈다. 함께 출연한 팀 선배 박경수가 "(강)백호는 예능인이 다 됐다"며 혀를 내둘렸다. 이후에도 여러 프로그램에서 '방송 체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화제를 모았다.
강백호는 "팀이 우승한 덕분에 나에 대한 관심도 더 생긴 것 같다"라며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내가 기억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야구를 알릴 수 있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겨울마다 운동만 했는데, (방송 출연이) 활력소가 됐다"며 웃었다.
강백호가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로 활약하며 '야구 전도사'로 나서는 이유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두 시즌(2020~2021)을 치르며 야구팬을 향한 고마운 마음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강백호는 "팬들 응원을 받으면서 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무관중 경기를 치르며 뼈저리게 느꼈다. (이)정후 형도 같은 생각이더라. 야구 인기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를 찾아줄 때, 소통할 기회가 있을 때 기쁜 마음으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강백호는 지난해 9월 극심한 타격 침체를 겪었지만, 마침 관중 입장이 재개된 덕분에 다시 힘을 내며 슬럼프를 극복했다.
팬서비스는 방송 출연에 그치지 않았다. 강백호는 지난 9일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KT팬의 질문에 직접 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자정을 넘긴 시간에도 관심이 뜨거웠다. 한국야구 대표 '거포' 박병호와 팀 동료가 된 소감, 2022년 개인과 팀 목표 등을 전했다.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하기 어려워지자,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강백호는 "야구 선수들에게 딱딱한 이미지가 있는 것 같더라. 팬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서고 싶은 마음에 처음으로 SNS를 통해 소통했다. 야구가 없는 계절이어서 심심하신 분들도 많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시즌이 개막하면 이런 활동을 하기 어렵다. 오프시즌 때라도 팬들에게 다가서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방송을 통해 강백호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출전한 2020 도쿄 올림픽 도미니카공화국과의 3·4위전에서 심드렁한 표정으로 껌을 씹었다. 이 장면이 중계되자 강백호는 비난을 받았다. 한국이 지고 있었기에 논란이 더 컸다. 귀국 후에도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강백호는 공식 인터뷰보다 편안한 분위기의 방송에서 당시 상황과 속내를 전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재차 사과했다.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자, 그의 반성 메시지가 야구팬에게 전해졌다.
현역 선수들의 방송 출연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성적이 떨어지면 "(방송하느라) 운동에 전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비난하기도 한다. 강백호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독하게 운동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KS)가 끝난 후 2주 만에 개인 훈련을 재개했고, 훈련 프로그램도 철저하게 소화하고 있다. 강백호는 "(방송 출연을) 안 좋게 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운동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구설에 오르지 않도록 결과로 보여드리겠다. 야구를 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시즌 신인왕 강백호는 2021시즌 타율 0.347(3위) 102타점(2위) 출루율 0.450(2위) 장타율 0.521(5위)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 타자로 올라섰다. 이정후와 함께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이 야구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야구도, 소통도 그래서 더 잘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