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신세계를 제치고 국내 편의점 업계 5위 한국미니스톱을 품는다. 롯데는 미니스톱 인수로 현재 운영 중인 세븐일레븐과 함께 업계 기존 양강인 CU·GS25와 더불어 '3강'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다만 미니스톱의 한국 내 입지가 위축된 가운데 롯데가 3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매긴 점과 향후 점주들이 다른 브랜드로 이탈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로 남는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21일 일본 이온그룹과 한국미니스톱 지분 100%를 3133억6700만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롯데 관계자는 "근거리 상권을 겨냥한 퀵커머스(소량의 생필품을 1시간 내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는 유통시장에서 미니스톱의 2600여 개 점포와 12개 물류센터를 확보하며 단기간 내 고객과의 최접점 거점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지난달 진행된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마트 자회사 이마트24, 식자재 유통기업 넵스톤홀딩스와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 컨소시엄은 고배를 마시게 됐다. 이들은 적정 매각금액으로 2000억원대를 제시했지만 롯데그룹은 3000억원 이상을 제안해 가격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
롯데는 세븐일레븐에 미니스톱이 가세하면서 CU, GS25를 추격 가시권에 두게 됐다. 2020년 기준 GS25와 CU의 점포 수는 1만5000여 개, 세븐일레븐은 1만500여 개였다. 세븐일레븐은 이번에 인수한 미니스톱 매장을 포함해 1만3000여 개 매장으로 늘어난다.
다만 롯데가 미니스톱을 인수해도 계약이 만료되는 일부 점주들은 세븐일레븐이 아닌 다른 편의점 브랜드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도 세븐일레븐은 로손, 바이더웨이를 인수하면서 업계 2위 자리를 기대했지만, 점주들의 이탈로 합병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바 있다.
수익성 개선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니스톱은 2020년 매출 1조795억원, 영업손실 143억원을 냈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해 매출이 4조68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제자리걸음 했고 영업손실 8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진출도 어려워 업계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에 의문표가 붙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자사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 않아 직접 해외 진출을 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본사인 미국 세븐일레븐에 매년 순매출의 0.6%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하는 구조도 실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2020년 로열티로 272억8200만원을 지불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세븐일레븐이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할 경우 업계 3위가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에 '무리한 베팅'을 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인수 추정액의 1.5배에 달하는 3000억원을 제시한 것이 알려지면서 지나치게 많은 돈을 투자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작년 이베이 인수를 통해 이커머스 강자로 오른 것이 롯데 입장에서는 배 아팠을 상황"이라며 "거액을 투자해 미니스톱을 품었지만, 자율규약상 근접 출점이 안 되는 점포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실 점포 등을 제외하면 실제 플러스 효과가 나는 점포 수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