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은 지난 2일 열린 한국도로공사의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7-25, 25-14, 17-25, 25-21)로 이겼다. 1월 30일 KGC인삼공사를 누르고 시즌 첫 2연승을 달린 IBK기업은행은 이날 승리로 3연승 신바람을 탔다.
IBK기업은행은 3연승 기간 인삼공사(4위)를 두 번 연속 꺾었고, 2위 한국도로공사마저 물리쳤다. 봄 배구를 향하는 팀들을 상대로 만만치 않은 저력을 보여줬다. 잔여 일정이 10경기밖에 남지 않아 IBK기업은행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5~6라운드에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시즌 중반까지 내홍을 겪으며 휘청였다. 세터 조송화의 무단이탈 소속이 알려진 뒤, 서남원 전 감독에게 성적 부진과 팀 내 불화의 책임을 물어 경질했다. 이 논란의 책임이 있던 김사니 코치를 감독 대행에 앉혀 더욱 비난을 샀다. 결국 다른 감독의 악수 거부 사태까지 벌어졌고, 결국 김 대행은 3경기 만에 물러났다.
IBK기업은행은 김호철 감독을 소방수로 투입했다. 김 감독은 그동안 국가대표와 현대캐피탈 등 남자팀만 맡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여자 프로팀을 맡았다.
6년 9개월 만에 V리그에 돌아온 김호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IBK기업은행은 4승 7패, 승점 11을 기록했다. 최근 4경기에선 4승 1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개막 후 두 차례의 감독 대행을 거치는 동안 15경기에서 3승 12패, 승점 8점을 올린 것보다 성적이 훨씬 좋다. '김호철 매직'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김호철 감독하면 '호통' 이미지가 강하지만 IBK기업은행에선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작전을 지시하지 않고, 때로는 토닥이며 상황을 헤쳐나간다. 지난 30일 인삼공사전 5세트 13-9로 앞서다 13-11로 쫓기자 작전타임을 불렀다. 센터 김수지에게 백A속공을 지시하면서 김희진을 추가 옵션으로 뒀다. 이때 김희진에게 "가운데로 올래?"라고 물었다. 김희진이 "아니요"라고 답하자 "그래, 라이트로 가자"고 말했다. '후위 공격 시 어느 쪽에서 공격하는 것이 낫느냐'는 의견을 구한 것이다. 작전 지시 때 선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이 경기에서 김호철 감독은 집중력이 다소 부족했던 김주향에게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김주향은 16점을 올렸는데, 김호철 감독은 그에게 다가가 따뜻한 말을 건넸다. 김주향은 눈물을 쏟았다. 김호철 감독은 당근과 채찍으로 신예 선수의 성장을 돕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1승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며 "나는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분위기만 만들어줬다. 나머지는 선수들이 스스로 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오는 6일 최하위 페퍼저축은행과 만난다. 직전 맞대결에서 신생팀에 일격을 당한 '김호철호'는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