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것처럼 쇼트트랙 경기 첫날부터 개최국 중국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 '중국 경계령'을 해제하기 어렵다.
중국은 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 중국이 따낸 첫 금메달이다.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혼성계주에서 초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찜찜함을 남긴 장면도 있었다.
앞서 열린 준결승에서 혼성계주 세계랭킹 1위 중국은 예상 밖으로 헝가리와 미국에 이어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 상황에서는 결승에 진출하지 못할 거였다.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비디오판독이 이뤄지는 중간에 "중국의 결승 진출을 기대할 수 없다. (중국이) 3위로 뒤처진 상황에서 일어난 접촉이라 어드밴스를 받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주심의 비디오 판독으로 결과는 뒤집혔다. 2위로 통과한 미국이 중국 선수의 터치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페널티를 받고 탈락했다. 비디오 판독이 주관적 판단이 작용하는 영역이나, 중국의 손을 들어준 건 확실하다. 결국 석연찮은 판정 속에 결승행 티켓을 거머쥔 중국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판정 시비기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김선태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판정은 심판이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국은 국제대회에서 중국의 교묘한 '반칙'에 고전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김동성은 중국 리자준의 반칙 플레이에 넘어져 탈락했다. 어이없는 파울에도 심판진이 판정을 유지하면서 관중의 야유까지 쏟아졌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여자 1500m 결승에서 진선유-최은경에 이어 3위로 통과한 변천사에게 중국 왕멍을 밀쳤다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내려졌다. 결국은 왕멍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이로 인해 한국은 1500m 메달 싹쓸이를 놓쳤는다. 리플레이 화면으로는 정반대로 왕멍이 반칙을 했다. 이번 올림픽에도 출전한 판커신은 2014 소치, 2018 평창 올림픽에서 '나쁜 손'을 사용해 우리 대표팀의 질주를 가로막으려 했다.
여기에다 이번 대회가 자국에서 열려 중국의 홈 텃세를 더욱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쇼트트랙 메달 전력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을 이끈 김선태 감독과 올림픽에서 메달 8개(금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딴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을 코치로 영입했다.
남자 대표팀 곽윤기는 "선수들이 중국을 많이 의식한다. 중국의 홈 텃세는 지난해 10월 1차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때 이미 경험했다. '바람만 스쳐도 실격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눌 정도로 판정에 대해 예민하다"며 "'우리에게 계속 (안 좋은) 판정을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칙이나 판정 시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실력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7일 오후 열리는 여자 500m와 남자 1000m 경기에 남녀 에이스 황대헌과 최민정이 각각 8강에 진출했다. 이준서와 박장혁도 남자 1000m에서 8강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