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개최국 중국의 홈 어드밴티지는 예상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심각하다. 세계인의 축제가 '베이징 체전' 또는 '동네 운동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과 결승에서 나온 편파판정은 노골적이었다. 앞서 5일 혼성 계주 준결승전에서 선수 간 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실격 처리되지 않았다. 이 종목에서 중국은 대회 첫 금메달을 따냈다. 곽윤기는 6일 "터치가 안 된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다른 나라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우려가 하루 만에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 선수들뿐 아니라 남자 1000m 결승에서 사오린 산도르 류(헝가리)가 중국 런쯔웨이의 '나쁜 손'을 뿌리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결과 심판진은 산도르 류에게 페널티를 부과, 금메달은 2위로 통과한 런쯔웨이에게 돌아갔다. 헝가리도 한국처럼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이의를 제기했다. 산도르 류는 "힘든 하루였다.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경기장 환경도 나쁘다. 박장혁이 쇼트트랙 혼성 계주 2000m, 최민정이 여자 500m 레이스 도중 접촉 없이 넘어졌다. 빙질의 영향이 커 보인다. 출발 총성과 함께 넘어진 선수도 있는가 하면 별다른 접촉이 없었는데 미끄러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코너를 돌 때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이 이번 대회에서 유독 많이 나오고 있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는 갑자기 중단됐다. 레이스 도중 빙판 위에 이물질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지금껏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누가 (빙판 위로) 던질 걸까? 어떻게 경기 중 빙판 위에 시커먼 물체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당황해했다. 선수들로선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에서는 80명의 선수 중 49명만이 완주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미케일라 시프린(미국)도 1차 시기에서 넘어져 대회전 2연속 금메달에 실패했다. 인공눈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푹신한 자연설과 달리 인공눈은 입자가 작아 단단하게 뭉치다 보니 부상 위험이 크다.
올림픽은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기량을 다투는 무대다. 선수들의 기량만큼이나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 또 수준 높은 환경이 필수적이다. 이런 식의 운영이라면 자국 선수들끼리만 모여 치르는 '베이징 체전'과 전혀 다를 게 없다. 중국이 올림픽의 품격을 떨어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