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가 열린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해설위원 자격으로 현장을 찾은 이상화는 두 선수의 레이스에 눈시울을 붉혔다. 한 명은 한국 국가대표이자 자신이 직접 '후계자'로 꼽은 김민선. 김민선은 이날 37초60을 기록하며 이 부문 7위에 올랐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는 16위.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아끼는 후배의 선전에 박수를 보냈다.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전했다.
다른 한 선수는 고다이라다. 선수 시절이었던 4년 전 평창 대회에서 고다이라는 이 종목(500m) 금메달, 이상화는 은메달을 땄다. 3연속 금메달 도전에 실패한 이상화는 경기 후 고다이라의 손을 맞잡고, 오벌을 돌며 관중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지난 4일 만난 이상화는 "선수는 루틴이 있기 때문에 모든 일정이 끝나기 전까지는 고다이라 선수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종의 존중이었다.
여전히 빙상 위에 있는 고다이라와 이제 새로운 삶을 살며 마이크 앞에 있는 이상화. 물리적 거리는 떨어져 있었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이라는 접점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이상화는 고다이라가 4년 전 자신처럼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그 압박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다이라는 이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남겼다. 13조에서 레이스를 펼쳤지만, 같은 조 선수에게도 패했다. 기록은 38초09. 전체 17위였다.
경기 후 이상화는 "나오의 스타트는 좋았지만, 중간부터 흐름이 끊기면서 100m를 10초7에 끊었다. 상위권에 들긴 어려워 보였다. 이전에 보지 못한 레이스였기에 나도 눈물이 났다. 자신의 레이스를 마친 후 입상 선수들을 격려해주는 모습을 보며 인간성이 정말 좋은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날 고다이라의 모습을 본 소회를 전했다.
한 일본 매체 기자가 이상화에게 재차 고다이라에 대해 물었다. 이상화는 "부상이 있었던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챔피언의 무게는 정말 무겁다. 나는 고다이라 선수가 베이징 대회에 도전한 자체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