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은 따내지 못했지만, 자신감이 커졌다. 김민선(23)의 시선은 이미 밀라노를 향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선은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60을 기록, 전체 7위에 올랐다. 김민선은 2018 평창 올림픽 16위였던 그는 4년 만에 톱10에 진입했다. 경기 후 김민선은 "100% 만족할 순 없지만,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친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2024 밀라노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라며 밝게 웃었다.
가장 공들여 노력한 부문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 바로 스타트다. 김민선은 평균보다 느린 반응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4년 동안 여러 방법을 찾았다. 베이징 대회 개막 직전까지도 노력했다.
이날 김민선은 첫 100m 구간을 10초43에 주파했다. 10조까지 경기를 치른 20명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종전 개인 평균 기록은 10초70 수준. 괄목할만한 성과다.
김민선은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서 가장 보완해야 할 부분이 스타트였다. 이번 대회 레이스를 하면서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m 기록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성과를 내서 만족한다"라고 했다.
김민선은 이 부문 올림픽 2연패(2010 벤쿠버·2014 소치 대회)를 달성한 '빙상 여제' 이상화(은퇴)의 후계자로 기대받고 있다. 고교 3학년이었던 2017년 '폴 클래식' 대회에서 37초70을 기록하며 이상화가 갖고 있던 종전 주니어 세계기록(37초81)을 깨며 주목받았다. 이상화가 그를 후계자로 꼽기도 했다.
이상화는 방송사 해설위원 자격으로 베이징을 찾았다. 절친한 후배 김민선에게 원 포인트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김민선은 "(이)상화 언니가 준비 자세에서 어떻게 더 빨리 뛰어나갈 수 있을지 팁(조언)을 줬다. 체형이 같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맞게 접목했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응용했다"라며 웃었다.
김민선의 500m 레이스를 본 이상화는 "10초70대였던 100m 기록을 10초40대까지 단축했다. 정말 놀랍다. 같은 조에서 뛴 선수가 조금만 빨랐다면 더 좋은 기록이 나왔을 것 같다. 상위권에 드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감탄했다.
김민선은 '제2의 이상화'라는 수식어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이)상화 언니처럼 (스케이트를) 잘 타서 빨리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다. 이번에도 400m 구간에서 실수가 있었는데, 사소한 부분까지 잡아내서 다음 올림픽 때는 더 잘하겠다"며 웃었다. 이상화도 "멘털이 더 강해질 수 있도록 내가 돕겠다. (김)민선이는 충분히 포디움에 오를 수 있는 선수"라고 후배를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