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죠. 멤버들에게도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15일 A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반중 감정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런 행사도 변수가 되니 조심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이런 행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SNS 주의령을 언급한 것은 최근 올림픽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지난 5일 인기 걸그룹 에스파의 닝닝은 프라이빗 메시지 플랫폼 디어유버블에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2000m 혼성 계주 관련 "오늘 첫 금을 받았다니 기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 처음 알려졌을 땐 별 문제가 없었으나 7일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실격 판정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튿날 에스파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하락했다.
사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릴 때부터 가요계 일각에선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쇼트트랙 등 일부 한국과 중국이 민감하게 경쟁하는 종목이 있는데다, 홈구장 중국의 텃세와 편파판정 논란이 겹쳐질 경우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앞서 홍콩이나 대만 문제가 불거질 때 일부 중국인 멤버들이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자국 입장을 지지하며 한국 젊은층의 반발을 사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2019년 8월 홍콩 민주화시위 당시 경찰의 과잉진압이 논란이 됐을 때 f(x) 멤버 빅토리아가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홍콩을 사랑한다.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라는 인스타그램에 중국 오성홍기 사진과 함께 올려 국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이어 우주소녀 성소·미기·선의, 펜타곤 옌안, WayV 윈윈·쿤·샤오쥔 등이 '홍콩 경찰 지지' 입장을 연이어 올려 동참했다.
B기획사 관계자는 "솔직히 당시엔 누군가 중간에서 이를 관리하는 중국 측 담당자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며 "다만 이것은 굉장히 민감하고 상호간의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티스트에게 이를 따로 추궁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C기획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SNS는 사생활이니까 크게 터치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최근에는 염려되는 부분이 있어서 국가, 민족 등을 자극하지 않도록 할 것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육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은 문화적으로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비슷하지만, 감정적으로 갈등을 빚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걸그룹 에버글로우가 새해 맞이 개최한 팬 미팅에서 큰절을 하는데 중국 출신 왕이런만 이를 마다하고 중국식 인사를 건네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에서는 큰절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왕이런은 활동을 중단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반면 과거사 등의 문제로 오랫동안 국가적 갈등을 빚어온 일본인 멤버들은 별다른 논란이 없는 상황이다. 2019년 반일 열풍이 불었을 때 일부 일본인 멤버들이 힘들어하기는 했지만, 중국 관련 논란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는 않는 편이다. 한편 가요계에서는 양국 간의 정치·사회 문제가 문화 활동까지 민감하게 영향주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분위기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멤버들도 사안의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조심하는 분위기"라며 "닝닝도 의도적으로 게시글을 올린 게 아니라 팬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의견을 물어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인데 지나치게 욕을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닝닝 논란도 진행 양상은 과거와 조금 다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닝닝이 중국 선수를 응원하자, 다른 K팝 중국인 멤버들에게도 관심이 옮겨졌지만 엑소 레이, 세븐틴 준, NCT 천러, (여자)아이들 우기, 케플러 샤오팅 등이 현재 활동 중인 다른 중국인 멤버들의 SNS는 올림픽 관련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지난 홍콩 시위 때 연이어 '중국 정부 지지' 릴레이에 동참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김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홍콩 문제는 '민주화'라는 가치의 문제와 맞닿아있었지만, 이번처럼 올림픽에서 자국 선수를 응원하는 것을 가지고 비난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도 있다. 그만큼 현재 중국 문제가 과열된 것"이라며 "다양성이야말로 K팝의 힘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고 서로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