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1부) 개막 라운드 최고 스타는 포항 스틸러스 공격수 허용준이었다. 지난 2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서 허용준은 1-0으로 앞선 후반 27분 교체 투입, 혼자 두 골을 몰아치며 팀 승리 주역이 됐다. 허용준의 멀티 골 덕분에 포항은 새 시즌을 순위표 가장 높은 자리에서 시작했다.
세리머니도 화제가 됐다. 허용준은 두 번째 골을 넣은 후에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여 흔든 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호우 세리머니’를 보였다. 허용준은 “손을 흔든 건 경기가 끝났다는 의미였다. 호날두 세리머니는 프로 입단 이후부터 줄곧 해왔다. 본능적으로 하게 된 것 같다”고 웃었다. 허용준은 팬들로부터 ‘허날두’라고 불렸다.
2016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인천 유나이티드를 거쳐 2019년 12월에 포항으로 임대 후 완전 이적했다. 2020년 5월 군팀 상무에 입대한 허용준은 올 시즌을 앞두고 군 복무를 끝냈다. 올해가 포항에서 갖는 첫 풀타임 시즌이다. 허용준은 “1년 6개월 만에 K리그1으로 복귀했다. 부담 갖지 않고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했다.
군 생활 동안 허용준은 조규성(김천 상무)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벌크업’을 했다. 지난 시즌에는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허용준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 관리가 잘 됐다. 김태완 김천 감독님도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시고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행복하게 축구를 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김천에서의 좋았던 활약을 그대로 이어가고자 한다. 등 번호도 김천 시절 달았던 8번을 선택했다. 머리도 짧게 정리해 유지할 생각이다. 근육량을 늘려 기량이 상승한 조규성처럼 웨이트 트레이닝을 지속할 계획이다. 허용준은 “발전을 해야 하겠지만, 앞으로 (지금처럼) 좋은 상태로 계속 가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항의 ‘중앙 공격수’는 무주공산이다. 팀 사정상 미드필더인 이승모가 중앙 공격수로 나서고 있다. 외국인 선수 모세스 오그부(나이지리아)의 활약은 미지수다. 개막전에서 맹활약한 허용준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허용준의 주 포지션도 중앙이 아닌 왼쪽 윙어.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이 왼쪽 스트라이커”라고 말했다.
허용준은 팀을 위해 중앙 공격수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동계훈련 동안 허용준과 포지션 문제로 면담했다. 저돌적인 플레이를 보이고 슛 능력이 준수한 허용준이 중앙 공격수로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허용준은 “팀 사정상 필요한 자원이 중앙 공격수이지 않나. 나도 욕심이 있다.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허용준의 올 시즌 목표는 공격포인트 10개 이상이다. 종전 개인 최고 기록은 2018시즌 전남에서 기록한 11개(득점 9·도움 2). 허용준은 공격 포인트를 최대한 기록해 팀 성적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각오다. 그는 “목표는 상위 스플릿(1~6위) 진출이다. 리그는 장기 레이스다. 계속 좋을 수 없다.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매 경기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