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만 하더라도 기대가 크지 않았다. 확실한 선발 카드도, 그렇다고 믿음직한 불펜 자원도 아니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기회가 그의 야구 인생을 180도 바꿨다. 4월 2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2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 쾌투했다. 복사근이 파열된 송명기 대신 '임시 선발'로 마운드를 밟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민혁은 삼성전 이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시즌 성적은 9승 6패 평균자책점 4.41.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15승 10패)에 이어 팀 내 다승 2위, 145이닝을 소화해 데뷔 첫 규정이닝(144이닝)까지 넘겼다. 그는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풀타임을 처음 뛰어봤다. 선배들한테 많은 조언을 들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이닝을 끌어가는 방법을 많이 배웠다. 그래서 더 뜻깊은 한해였다"고 돌아봤다.
신민혁을 도약시킨 원동력은 서클 체인지업이다. 오른손 투수가 던지는 체인지업은 왼손 타자 기준 바깥쪽으로 흘러나간다. 제구만 잘 되면 왼손 타자를 상대할 때 좋은 무기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 한동안 서클 체인지업을 '봉인'했다. 힘껏 던져도 타자들이 어렵지 않게 쳐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떨어져 잠시 포크볼 그립도 잡아봤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신민혁의 터닝포인트는 지난해 4월 나성범(현 KIA 타이거즈)과의 캐치볼이었다. 나성범은 캐치볼을 하다 "체인지업이 좋은데 왜 안 던지냐"고 물었다. 이후 신민혁은 같은 팀 사이드암스로 이재학에게 조언을 구해 구종을 가다듬었다. 그는 "서클 체인지업은 고등학교 때도 던졌는데 유형이 약간 달랐다. 그때는 구속 차이를 크게 줬는데 지금은 공을 강하게 때리는 법을 터득했다. 구속과 회전수가 모두 좋아진 것 같다"며 "(나)성범이 형하고 (이)재학이 형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신민혁은 서클 체인지업을 왼손 타자에 집중했다. 체인지업은 오른손 타자 몸쪽으로 향하는 만큼 던지는 데 부담이 컸다. 그는 "우타자 피안타율을 낮춘 건 인코스 공을 많이 던진 덕분이다. 전에는 불안감 때문에 몸쪽 직구를 거의 던지지 않았는데 손민한 투수코치께서 '투수가 몸쪽 직구를 잘 던져야 하는데 왜 안 던지냐'고 하시더라. 계속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피칭했다"며 "몸쪽 스트라이크가 들어가니 던질 코스가 많아졌다"고 돌아봤다.
1999년생인 신민혁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이 가능하다. KBO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연령을 제한해 유망주 위주로 대표팀을 꾸릴 계획이다. '24세 이하'가 유력해 신민혁도 후보다. 그는 "청소년 대표 경험도 없다. 뽑아주면 무조건 가겠다"며 "개인적인 목표는 규정이닝을 소화하면서 10승을 해보는 거다. 2년 전 한국시리즈는 2군에서 TV로 지켜봤는데 한국시리즈에서 한번 던져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1년 만에 입지가 달라졌다. 4000만원이던 연봉이 1억2000만원까지 수직으로 상승했다. 인상률 200%는 팀 내 최고. 역할이 애매했던 지난해와 달리 선발 투수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신민혁은 "올해는 더 과감하게 피칭하고 싶다. 투구 수를 줄이면서 이닝도 많이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